[OSEN=이상학 기자] 한화에도 푸이그가 있다?
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가 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연은 이렇다. 피에는 지난 8일 마산 NC전에서 9회 1사 후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김태균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6-2로 앞서고 있었기에 도루를 실패한 것은 중요치 않았다.
문제는 피에가 도루 과정에서 상대 2루수 지석훈의 왼쪽 스파이크에 오른 엄지 손가락이 찍혔다는 것이다. 피에는 충돌 직후 오른팔을 크게 흔들고 방방 뛰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김응룡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도 걱정스런 시선으로 피에를 바라봤다.
피에는 덕아웃으로 돌아간 뒤 얼음찜질을 비롯해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는 9회말 수비를 위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외야로 향했다. 이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뒤에는 환한 웃음으로 선수들과도 힘차게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큰 부상이 염려됐지만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스파이크에 손가락이 찍힌 바람에 손등의 살갗과 손톱 사이가 벗겨지며 피가 났다. 순간적으로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더라"며 "뼈가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는데 피에가 '괜찮다'면서 피를 닦고 곧바로 나가더라"고 설명했다.
한화로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공수주에서 피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혹여라도 그가 부상을 당하면 팀 전력에 있어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 피에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엄지손가락 미세골절로 실전경기에 나서기까지 회복기를 가진 바 있다. 당시에는 왼 엄지였는데 이날은 오른 엄지라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실 9회 6-2로 4점차 여유있는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굳이 도루까지 할 필요가 없었지만 피에는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벌리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플레이 하나 하나를 적극적으로 하는 피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타격 직전 취하는 리드미컬한 몸 동작이나 원을 크게 그리는 주루 플레이, 벤치에서 주문을 외우는 듯한 우스꽝스런 모습에서 피에의 개성이 잘 묻어난다.
한화 관계자는 "피에를 보면 마치 푸이그 스타일인 듯하다"고 웃었다. 피에는 여러모로 LA 다저스 '쿠바 특급' 야시엘 푸이그를 연상시키고 있다. 외모에서 풍겨지는 강렬한 인상과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폭발적인 플레이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이 쏙 빼닮았다. 지난해 위기의 다저스를 구한 푸이그처럼 피에도 한화의 재건을 이끌고 있다. 물론 피에가 푸이그처럼 지각을 일삼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는 않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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