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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한화 외국인 타자 다시 한 번 펠릭스 피에(29)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금껏 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기이한 돌발 행동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피에는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4회 수비 중 갑작스럽게 중견수 위치에서 내야로 향했고, 마운드 위에 있던 투수 케일럽 클레이와 통역에게 무언가를 말한 뒤 돌아갔다.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 피에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한화 선수단은 물론 KIA 선수들과 심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심판이 스피드업 위반으로 경고를 내리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피에의 돌발 행동은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고 있다.
▲ 피에는 왜 마운드로 향했나
피에의 돌발 행동은 16일 광주 KIA전 4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한화가 6-4로 리드한 가운데 선발투수 클레이가 백용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브렛 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자 중견수 위치에 있던 피에가 벤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손을 흔들었다. 이어 피에는 마운드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2루심을 맡은 이기중 심판원이 무슨 문제인제 물어봤지만 피에는 손사래쳤다. 무슨 영문인지 모른 한화 벤치도 놀랐다.
피에가 부상을 당한 것으로 생각한 통역과 트레이너가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피에는 클레이와 통역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나서 다시 중견수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내야로 걸어올 때 피에의 표정에는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주심을 맡은 최규순 심판원이 "이제는 안 봐줍니다"라며 한화 벤치에 경고를 날렸다. 최수원 심판원은 "(피에가) 투수한테 가서 뭔 이야기를 전달하라는데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
한화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피에는 급격하게 흔들리던 선발투수 클레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초반 한화 타선이 넉넉하게 득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으나 클레이가 불안한 투구로 쫓기는 상황. 하지만 한화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고, 보다 못한 피에가 직접 외야에서 마운드까지 와 흐름을 끊고자 한 것이다. 비록 클레이는 추가 2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화는 8-6 승리와 함께 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피에는 규정에 대하 잘 몰랐다고 했지만 이날 그의 행동은 엄연히 규정에 위반된 것이다. 2014 대회요강 '경기의 스피드업' 1조8항을 보면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수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타임을 요구할 때 심판위원은 불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피에의 행동이 바로 여기에 해당돼 최수원 주심이 경고를 조치했다. 1조7항에서도 '감독 또는 코치가 투수 마운드에 올라갔을 경우를 제외하고 2인 이상의 야수가 투수 마운드에 모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다. 피에는 감독 또는 코치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마운드를 향했다.
▲ 월권 행위인가 분위기 반전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과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 내야수들이 모두 모이고, 감독·코치가 없을 때에는 내야수 한 명이 종종 투수와 이야기하기도 한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흔들릴 때마다 다가와 시간을 벌어주는 3루수 후안 유리베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있는 외야수가 투수에게 향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피에가 흔들리던 클레이를 위해 템포를 끊거나 진정시키지 않은 벤치와 포수에게 답답하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점. 경기 중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나타냈다.
때문에 피에가 너무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크다. 한 야구 관계자는 "보기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라도 그런 식으로 행동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피에는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통산 425경기를 뛰었다. 이 같은 규정과 상식을 몰랐을 리 없다. 감독과 코치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선수가 경기 중 투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월권행위'로 보는 시선이 없지 않은 이유다. 한화는 지난 15일 KIA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투구수 63개 만에 강판돼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앨버스는 이튿날 정민철 투수코치와 면담을 통해 오해를 풀었다.
물론 피에의 행동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리는 반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피에는 승부욕이 강하다. 15일 KIA전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하자 한동안 멍하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의도된 행동라는 추측. 한화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엉뚱한 해프닝이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고 전했다. 피에가 주의를 받긴 했지만 한화는 이겼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피에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파이팅 넘치는 액션으로 화제 모은 바 있다. 2010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는 오심 판정에 격분해 심판을 폭행할 뻔한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시범경기에서는 첫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포수와 상대 포수의 다리를 배트로 툭툭 건드리는 '기이한 인사법'으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피에는 왼 손으로 헬맷을 잡고 가볍게 목례하는 것으로 인사법을 바꿨다. 이번 돌발 행동에 대해서도 한화 관계자는 "피에가 클레이를 진정시키려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 사진 > 광주=곽영래 기자youngrae@osen.co.kr
피에는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4회 수비 중 갑작스럽게 중견수 위치에서 내야로 향했고, 마운드 위에 있던 투수 케일럽 클레이와 통역에게 무언가를 말한 뒤 돌아갔다.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 피에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한화 선수단은 물론 KIA 선수들과 심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심판이 스피드업 위반으로 경고를 내리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피에의 돌발 행동은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고 있다.
피에의 돌발 행동은 16일 광주 KIA전 4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한화가 6-4로 리드한 가운데 선발투수 클레이가 백용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브렛 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자 중견수 위치에 있던 피에가 벤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손을 흔들었다. 이어 피에는 마운드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2루심을 맡은 이기중 심판원이 무슨 문제인제 물어봤지만 피에는 손사래쳤다. 무슨 영문인지 모른 한화 벤치도 놀랐다.
피에가 부상을 당한 것으로 생각한 통역과 트레이너가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피에는 클레이와 통역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나서 다시 중견수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내야로 걸어올 때 피에의 표정에는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주심을 맡은 최규순 심판원이 "이제는 안 봐줍니다"라며 한화 벤치에 경고를 날렸다. 최수원 심판원은 "(피에가) 투수한테 가서 뭔 이야기를 전달하라는데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
한화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피에는 급격하게 흔들리던 선발투수 클레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초반 한화 타선이 넉넉하게 득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으나 클레이가 불안한 투구로 쫓기는 상황. 하지만 한화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고, 보다 못한 피에가 직접 외야에서 마운드까지 와 흐름을 끊고자 한 것이다. 비록 클레이는 추가 2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화는 8-6 승리와 함께 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피에는 규정에 대하 잘 몰랐다고 했지만 이날 그의 행동은 엄연히 규정에 위반된 것이다. 2014 대회요강 '경기의 스피드업' 1조8항을 보면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수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타임을 요구할 때 심판위원은 불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피에의 행동이 바로 여기에 해당돼 최수원 주심이 경고를 조치했다. 1조7항에서도 '감독 또는 코치가 투수 마운드에 올라갔을 경우를 제외하고 2인 이상의 야수가 투수 마운드에 모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다. 피에는 감독 또는 코치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마운드를 향했다.
▲ 월권 행위인가 분위기 반전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과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 내야수들이 모두 모이고, 감독·코치가 없을 때에는 내야수 한 명이 종종 투수와 이야기하기도 한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흔들릴 때마다 다가와 시간을 벌어주는 3루수 후안 유리베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있는 외야수가 투수에게 향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피에가 흔들리던 클레이를 위해 템포를 끊거나 진정시키지 않은 벤치와 포수에게 답답하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점. 경기 중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나타냈다.
때문에 피에가 너무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크다. 한 야구 관계자는 "보기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라도 그런 식으로 행동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피에는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통산 425경기를 뛰었다. 이 같은 규정과 상식을 몰랐을 리 없다. 감독과 코치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선수가 경기 중 투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월권행위'로 보는 시선이 없지 않은 이유다. 한화는 지난 15일 KIA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투구수 63개 만에 강판돼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앨버스는 이튿날 정민철 투수코치와 면담을 통해 오해를 풀었다.
물론 피에의 행동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리는 반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피에는 승부욕이 강하다. 15일 KIA전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하자 한동안 멍하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의도된 행동라는 추측. 한화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엉뚱한 해프닝이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고 전했다. 피에가 주의를 받긴 했지만 한화는 이겼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피에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파이팅 넘치는 액션으로 화제 모은 바 있다. 2010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는 오심 판정에 격분해 심판을 폭행할 뻔한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시범경기에서는 첫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포수와 상대 포수의 다리를 배트로 툭툭 건드리는 '기이한 인사법'으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피에는 왼 손으로 헬맷을 잡고 가볍게 목례하는 것으로 인사법을 바꿨다. 이번 돌발 행동에 대해서도 한화 관계자는 "피에가 클레이를 진정시키려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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