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뮌헨에 있는 SKY TV 스튜디오에서 바켄바우어를 만났다.
그런데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독일 TV 카메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되면 SBS 카메라만 바켄바우어를 인터뷰 하는게 아니라, 독일 카메라 앞에서도 내가 바켄바우어랑 인터뷰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심한 내가 짧은 독일어 실력으로 독일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일은 언제나 최악이다.
갑자기 말이 엉키면서 머리속이 하얗게 떠버렸다.
으...........!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타고 뮌헨으로 가는데 스튜어디스가 물었다. 왜 프랑크푸르트가 아니고 뮌헨으로 가냐고..
그녀는 나이가 많은 프랑크푸르트 출신이었다. 밥을 먹지 않는 나에게 사탕이며 초콜렛 같은 주전부리들을 잔뜩 갖다주더니 내가 프란쯔(바켄바우어)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신이 나서는 초콜릿 사탕을 하나 더 챙겨주며 "스튜어디스가 안부 전한다"는 말과 함께 이 사탕을 꼭 전해달라며 즐거워했다. 당초 나는 프란쯔에게 '예쁜 스튜어디스가 주더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이런 돌발상황이 나를 긴장시키는 바람에 그럴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히딩크 안부도 잊고 있다가 나중에야 말해줬다.
나는 독일말이 진짜 어렵다.
두리는 늘 그런 나를 신기해 한다.
"아빠는 어떻게 10년을 사셨으면서, 그것도 독일친구들하고 허구헌날 지내셨으면서 독일말을 그렇게 못해요? 정말 신기해요. 만약 나를 아프리카에 십년동안 던져놨으면 내가 추장을 하고 있을걸요!"
이럴때 아내는 절대 가만히 있질 않는다.
"나도 못 알아듣는데 애들(독일친구들) 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듣지? 나는 그게 더 신기해!"
맞다.
내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 말해도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정말 잘 알아듣는다.
근데 오늘은 눈치 빠른 바켄바우어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상황이 생길만큼 계속 버벅거렸다.
더구나 옆 스튜디오에 방청객들을 잔뜩 앉혀놓고 바켄바우어를 기다리는 생방송이 스텐바이 상태라서 나는 초조함까지 더했다.
바켄바우어는 나를 보자마자 아내는 안 왔느냐고 물었다.
스튜디오 구석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아내를 보고 안심(?)하는 것 같았다.
지난 가을 정몽준 전 회장의 훈장 수여식이 서울의 독일 대사관저에서 있었는데 이날 훈장을 대신 전달하러 왔던 바켄바우어는 내가 혼자 나타나자 대뜸 내 귀에다 대고 물었다.
"너 이혼했어?"
"아니. 나만 초대를 해서 혼자 왔지."
우리는 늘 함께 다니는데다 나보다 아내하고 얘기를 더 많이 나누다 보니 혼자오는게 영 의아했던 것이다.
5월 22일이 내 생일이니까 축하의 말을 하나 해달라고 했다.
말 잘하는 그의 실력으로 엄청 길게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스튜디오 구석에 있는 아내를 보고 물었다.
"잘 된 것 같아?"
바켄바우어도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진정한 보스가 누구인지 이미 잘 알고있다.
하하하.
벨기에는 엄청 잘하는 팀이고 러시아는 잘하지만 그렇게 잘하지는 않는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러시아를 싫어하나?
바켄바우어는 우리팀을 껄끄러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조 2위로 올라가면 16강에서 독일이랑 하게 된다고 했더니
프란쯔는 그냥 너희가 조 1위로 올라가는게 좋겠단다.
누가 해설자 아니랄까봐 바켄바우어는 SBS 카메라 앞에서 장황하게 벨기에와 러시아를 평가했다.
아주 진지하고 열심히.
전 독일 감독이었던 유르겐 클린스만의 미국은 독일과 한 조에 있다.
"지난번 미국가서 유르겐 클린스만 만났어. 상당히 자신감 있어하던데?"
"그래도 우리가 조 1위로 올라가지 않겠어? 클린스만이 2위는 할수 있을거야."
뭐, 사실 당연한 얘기 이기는 하다.
2002년 내가 해설을 처음 하면서 해설 선배인 그에게 노하우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다운 명쾌한 한마디.
"우리가 말하면 다 맞는거야!!!!"
괜히 바켄바우어고 괜히 차붐이냐는 거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그가 볼맨소리를 했다.
" 왜 우리가 말하면 다 틀리는 거냐?"
하하하.
바켄바우어는 막힘이 별로 없다. 그리고 모두에게 친절하다.
그의 그런 성격이 세계의 축구인들을 그의 친구로 만든다.
아무리 바빠도 그와 함께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하는 축구인들을 그는 모른체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감탄스러운 부분이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점이다.
1990년 그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경기를 마치고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 앞에서 공식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한국기자 한 명과 함께 프레스룸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그가 갑자기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라서 내가 도리어 더 당황했지만 두고두고 놀랍기만 한 그의 배려였다.
아마도 이런 마음 씀씀이가 그가 독일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했다고 믿는다.
그는 어떤 대단한 축구인이라도 한가지도 하기 힘든 일들을 인생에서 모두 해냈다.
선수로서 월드컵을 우승하고 감독으로도 우승을 하더니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서 독일이 월드컵을 유치하는 일을 거침없이 해냈다.
물론 그냥 되는 일은 없다.
70여년의 인생 동안 그가 쌓은 따뜻함과 배려에 스스로가 보답받는 것이리라.
독일 카메라 앞에서 바짝 긴장한 내가 워낙 심하게 버벅거려서인지 프란쯔는 그의 유연함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나 때문에 프란쯔까지 가라 앉아버린 것이다.
"SBS 따봉!"을 하는데 화이팅이 잘 살아나질 않는다.
다 내탓이다.
바켄바우어를 옆에 있는 생방송 스튜디오로 들여보내고 돌아서는데, 독일 말과 독일 카메라의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한 나를 아내가 타박한다.
큰일이다.
만회하지 않고 귀국하면 두리랑 합세해서 더욱 나를 타박할 것이다.
내일 아우스부르크에 가서 동원이랑 정호를 만나고 나면 금요일에는 프라이부르크로 간다.
독일 대표팀 감독인 뢰브와 거기서 점심 약속이 있다.
이날 꼭 만회를 해야한다.
아우스부르크에는 독일 취재진도 온다니 아무래도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뢰브랑 만나는 일은 적어도 독일 언론들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편하게 할수 있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꼭 만회를 해야한다.
나의 평화를 위해!!!!
그런데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독일 TV 카메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되면 SBS 카메라만 바켄바우어를 인터뷰 하는게 아니라, 독일 카메라 앞에서도 내가 바켄바우어랑 인터뷰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심한 내가 짧은 독일어 실력으로 독일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일은 언제나 최악이다.
갑자기 말이 엉키면서 머리속이 하얗게 떠버렸다.
으...........!
그녀는 나이가 많은 프랑크푸르트 출신이었다. 밥을 먹지 않는 나에게 사탕이며 초콜렛 같은 주전부리들을 잔뜩 갖다주더니 내가 프란쯔(바켄바우어)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신이 나서는 초콜릿 사탕을 하나 더 챙겨주며 "스튜어디스가 안부 전한다"는 말과 함께 이 사탕을 꼭 전해달라며 즐거워했다. 당초 나는 프란쯔에게 '예쁜 스튜어디스가 주더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이런 돌발상황이 나를 긴장시키는 바람에 그럴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히딩크 안부도 잊고 있다가 나중에야 말해줬다.
두리는 늘 그런 나를 신기해 한다.
"아빠는 어떻게 10년을 사셨으면서, 그것도 독일친구들하고 허구헌날 지내셨으면서 독일말을 그렇게 못해요? 정말 신기해요. 만약 나를 아프리카에 십년동안 던져놨으면 내가 추장을 하고 있을걸요!"
이럴때 아내는 절대 가만히 있질 않는다.
"나도 못 알아듣는데 애들(독일친구들) 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듣지? 나는 그게 더 신기해!"
맞다.
내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 말해도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정말 잘 알아듣는다.
근데 오늘은 눈치 빠른 바켄바우어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상황이 생길만큼 계속 버벅거렸다.
더구나 옆 스튜디오에 방청객들을 잔뜩 앉혀놓고 바켄바우어를 기다리는 생방송이 스텐바이 상태라서 나는 초조함까지 더했다.
바켄바우어는 나를 보자마자 아내는 안 왔느냐고 물었다.
스튜디오 구석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아내를 보고 안심(?)하는 것 같았다.
지난 가을 정몽준 전 회장의 훈장 수여식이 서울의 독일 대사관저에서 있었는데 이날 훈장을 대신 전달하러 왔던 바켄바우어는 내가 혼자 나타나자 대뜸 내 귀에다 대고 물었다.
"너 이혼했어?"
"아니. 나만 초대를 해서 혼자 왔지."
우리는 늘 함께 다니는데다 나보다 아내하고 얘기를 더 많이 나누다 보니 혼자오는게 영 의아했던 것이다.
5월 22일이 내 생일이니까 축하의 말을 하나 해달라고 했다.
말 잘하는 그의 실력으로 엄청 길게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스튜디오 구석에 있는 아내를 보고 물었다.
"잘 된 것 같아?"
바켄바우어도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진정한 보스가 누구인지 이미 잘 알고있다.
하하하.
러시아를 싫어하나?
바켄바우어는 우리팀을 껄끄러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조 2위로 올라가면 16강에서 독일이랑 하게 된다고 했더니
프란쯔는 그냥 너희가 조 1위로 올라가는게 좋겠단다.
누가 해설자 아니랄까봐 바켄바우어는 SBS 카메라 앞에서 장황하게 벨기에와 러시아를 평가했다.
아주 진지하고 열심히.
전 독일 감독이었던 유르겐 클린스만의 미국은 독일과 한 조에 있다.
"지난번 미국가서 유르겐 클린스만 만났어. 상당히 자신감 있어하던데?"
"그래도 우리가 조 1위로 올라가지 않겠어? 클린스만이 2위는 할수 있을거야."
뭐, 사실 당연한 얘기 이기는 하다.
2002년 내가 해설을 처음 하면서 해설 선배인 그에게 노하우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다운 명쾌한 한마디.
"우리가 말하면 다 맞는거야!!!!"
괜히 바켄바우어고 괜히 차붐이냐는 거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그가 볼맨소리를 했다.
" 왜 우리가 말하면 다 틀리는 거냐?"
하하하.
바켄바우어는 막힘이 별로 없다. 그리고 모두에게 친절하다.
그의 그런 성격이 세계의 축구인들을 그의 친구로 만든다.
아무리 바빠도 그와 함께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하는 축구인들을 그는 모른체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감탄스러운 부분이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점이다.
1990년 그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경기를 마치고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 앞에서 공식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한국기자 한 명과 함께 프레스룸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그가 갑자기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라서 내가 도리어 더 당황했지만 두고두고 놀랍기만 한 그의 배려였다.
아마도 이런 마음 씀씀이가 그가 독일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했다고 믿는다.
그는 어떤 대단한 축구인이라도 한가지도 하기 힘든 일들을 인생에서 모두 해냈다.
선수로서 월드컵을 우승하고 감독으로도 우승을 하더니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서 독일이 월드컵을 유치하는 일을 거침없이 해냈다.
물론 그냥 되는 일은 없다.
70여년의 인생 동안 그가 쌓은 따뜻함과 배려에 스스로가 보답받는 것이리라.
나 때문에 프란쯔까지 가라 앉아버린 것이다.
"SBS 따봉!"을 하는데 화이팅이 잘 살아나질 않는다.
다 내탓이다.
바켄바우어를 옆에 있는 생방송 스튜디오로 들여보내고 돌아서는데, 독일 말과 독일 카메라의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한 나를 아내가 타박한다.
큰일이다.
만회하지 않고 귀국하면 두리랑 합세해서 더욱 나를 타박할 것이다.
내일 아우스부르크에 가서 동원이랑 정호를 만나고 나면 금요일에는 프라이부르크로 간다.
독일 대표팀 감독인 뢰브와 거기서 점심 약속이 있다.
이날 꼭 만회를 해야한다.
아우스부르크에는 독일 취재진도 온다니 아무래도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뢰브랑 만나는 일은 적어도 독일 언론들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편하게 할수 있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꼭 만회를 해야한다.
나의 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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