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8월27일 창원 NC전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며칠 뒤 쓰여 졌다. 하지만 당시 한화는 ‘전쟁 같은’ 5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혹시 이 기사가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쏟아내고 있는 한화 선수들의 ‘투혼’을 꺾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안쓰러운 한화 선수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출고를 한화의 순위경쟁이 어느 정도 결정될 때까지 미뤘다.
한화는 8월28일, 로저스의 1군 엔트리 말소를 발표했다. 이유는 ‘체력 안배를 위한 휴식 차원’이었다. 언론은 물론이고 각종 야구관련 카페와 사이트는 들끓었다. 1승이 아쉬운 한화가, 부동의 에이스를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뺀 것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김성근 감독이.
로저스는 8월27일 창원 NC전에서 5회까지 1-0으로 리드를 지키며 잘 던졌다. 그러나 6회 들어 3실점으로 무너졌다. 특히 주심의 볼 판정과 하프스윙 판정에 크게 흔들렸다. 결국 6이닝 3실점으로 투구를 마친 로저스는 덕아웃으로 들어간 뒤 감정이 폭발했다. 글러브를 팽개쳤다. 여기까지가 팬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김성근 감독은 로저스의 뜻밖의 대응에 아연실색했다.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 차원에서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당장 로저스를 1군 엔트리에서 빼라”고 큰 소리로 지시했다. 로저스는 한화와 계약 시 등판 횟수에 따른 옵션을 따로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근 감독으로선 로저스의 1군 말소를 사실상 페널티로 간주했던 것이다.
‘1군 엔트리 말소’ 지시를 전달받은 로저스는 한 술 더 떴다. “여기서 더 이상 야구 하지 않겠다. 미국으로 가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자칫 사건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커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김성근 감독이 물러날 순 없었다. 로저스의 기세에 눌려 ‘엔트리 말소’를 철회했다간 지금까지 한화 선수들을 다그쳐온 지도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열흘 뒤인 9월8일 잠실 LG전에 로저스는 1군 무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 전에 보여줬던 로저스의 투구가 아니었다. 꼭 이겨야겠다는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 로저스는 열흘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국 야구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때 덕아웃에 함께 있던 한화 선수들은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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