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워싱턴포스트' 인터뷰 관련
일 정부쪽 "진전 있는지 알지 못해"
한국 정부는 수긍도 부인도 안해
양국 관계 놓고 혼란 가중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말했으나, 일본 쪽에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고 나섰다. 한-일 갈등의 핵심 사안인 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11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 막바지 단계에 있고 △막후 협상이 진행중이라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선 '영문을 알 수 없는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베 정권의 고위 관계자는 12일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하는 건 자유지만,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되레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외무성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치에서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한의 협의에서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 뭘 보고 '진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도 "어떤 (현실) 인식에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외무성 간부의 반응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 쪽도 곤혹감을 보이고 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13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구체적이고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마지막 단계'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중요한 단계'라는 뜻으로, 사실상 '톤다운'을 한 셈이다.
사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한-일 관계의 상황과는 어긋난 것이다. 양국 외교 갈등은 최근 해결 국면이라기보단 오히려 확대 국면이다. 일본은 지난달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다음달 초 군함도 등 일본 근대화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를 놓고도 한-일은 첨예한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보더라도, 지난 11일 도쿄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위안부 국장급 협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협의 뒤 기자들에게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에서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계속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일본 쪽은 성과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일본이 양보안을 제시한 것은) 없다. (일본의 입장은) 종래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의 발언에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외교 당국을 넘어서는 고위급 채널이 가동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청와대와 일본 쪽 총리관저, 곧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핫라인'이 공식 외교라인을 제치고 직접 협상에 나섰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이른바 '사사에안'이 제시되던 시기, 한-일 간에는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배제한 채, 두 나라 최고 권력자가 측근들의 물밑 접촉을 통해 정치적 타결을 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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