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안보

동요말라더니 열감지기 설치한 청와대

백삼/이한백 2015. 6. 8. 11:03

장면 1.

지난 3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가 열렸다메르스가 발생한지 15일이 지난 시점이다회의가 끝난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아직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의료기관  감염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필요가 없다" 입장을 밝혔다.

 

장면 2.

지난 4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람들의 열을 감지하는 열감지기가 설치됐다청와대가 대당 1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열감지기를 본관 출입구에 설치한 이유는  하나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 때문이다메르스는 통상 38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므로 열감지기를 통해 출입자들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한국-세네갈 정상회담이 열렸던 이날 청와대는 열감지기를 통해 출입자들의 체온을 검사했고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체온계를 동원해 한번  체온을 측정했다.





메르스로 인해 국민 불안이 고조되자 청와대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급'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15' '긴급'이라는 수식어 사이의 어색함과 괴리감을 대번에 눈치챌  있을 것이다통상 이럴 경우엔 '긴급'이라는 수식어 대신 '뒤늦은', '때늦은', '뒷북' 등의 수식어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15 만에 부랴부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를 가졌으면서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걸다니 생뚱맞기가 이를 데 없다.

이날의 '때늦은점검회의를 통해서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호들갑 떨지  ' 주문했다. 위풍당당 청와대는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하고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현 상황이 청와대의 판단처럼 정말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닌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나사 풀린 방역시스템으로 격리 대상자가 급증하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늘어가는 상황이었다정치권은 물론이고 각계에서 정부의 무능과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부재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던 순간이었다그런데도 청와대는 일언반구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호들갑 떨지 말라' 브리핑을 대놓고 하고 있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낯짝은 참으로 두껍다.

그런데 국민들 앞에선 동요하거나 불안해  필요가 없다며 호기있게 나오던 청와대가 속으로는  불안하고 미심쩍었나 보다높으신 분들이 혹시나 메르스에 노출될까 염려된 나머지 1천만원이나 하는 열감지기로 체온을 측정하고그것만으로는 꺼림직했는지 귀체온계를 이용해 한번  체온을 재는 치밀함까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삶을 살면서 깨달은 것들  하나는  세상에는   가지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거다그런데 이번에는  당사자가 청와대다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호박씨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먹는다.





청와대의 '셀프 보신' 두고 국민여론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늑장 뒷북 대처로 사태를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제대로  정보조차 공유해 주지 않고 '호들갑 떨지 말라'더니 정작 자신들은 고가의 열감지기를 버젓이 설치했으니 국민들이 열불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1명의 감염환자로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이제는 해외언론에도 등장할 만큼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슈가 됐다세계인으로부터 '메르스 민폐국'이라는 조롱까지 받아야 하는  사태를 만든 당사자는 다름 아닌 정부다초기대응만  했어도 지금 겪고 있는 국가적 대혼란은 피할  있었다는 것이 일반론이고 보면 화를 키운 정부가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에게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진솔하게 실책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지역사회와 합심해 위기극복에 힘써야 함에도 말과 행동이 다른 신뢰할  없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던 것은 당시 저들의 신경이 국회법 개정안 문제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갈등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로 인해 메르스 대응이 뒷전으로 밀렸고  결과 사태가  지경에 이르게  것이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그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이같은 태도는 메르스 확산으로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정부는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시점에 엉뚱하게도 괴담의 확산 방지에 힘을 쏟았고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고위층의 심기와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입으로는 언제나 '국민' 되뇌여 왔지만 국민의 삶은 언제나 뒷전이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열감지기 논란이야말로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할  밖에 없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국민들로 하여금 정부를 점점 믿지 못하게 만드는 당사자가 바로 정부인 것이다.

 

청와대의 열감지기 설치에 대해 나만 살겠다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같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국민들은 안심시키고 정작 자신은 한강다리를 폭파하며 도주한 이승만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비유가 무엇이든 간에 청와대의 행태가 국민정서와 수백억 광년은 떨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국민을 뒤로   도주한 이승만그리고 국민 모르게 열감지기를 설치한 청와대참으로 애처러운 동병상련이 아닐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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