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퇴계 이황 선생(1501~1570)이 직접 쓴 만장 등 문화재급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해 안동시 풍산읍의 한 무덤에서 길이 128㎝, 너비 39㎝ 한지에 고인의 공덕을 기리는 글이 적힌 만장이 발견됐다고 3일 밝혔다.
한지 양쪽 끝에 연꽃 그림이 새겨진 만장은 한지를 두께는 3장, 길이는 2장을 붙여 만들었다. 발견 당시 떡처럼 달라붙어 있었고 수습 과정에서 상당히 훼손됐으나 국학진흥원이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원형을 거의 회복했다.
이 중 40자에 5언 율시로 지은 만장은 퇴계 선생이 직접 쓴 것으로, 선생의 대형 친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장은 퇴계 선생을 비롯해 서애 류성룡의 부친인 류중령이 지은 것 등 모두 14점에 이른다.
무덤의 주인은 퇴계 선생 처삼촌인 안동 권씨 가일 문중 권굉인 것으로 알려졌다. 묘를 쓰고 453년 만인 지난해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물이 발견했다. 국학진흥원은 지난해 3월 가일 문중 병곡종택으로부터 무덤에서 출토된 문서꾸러미를 기탁받아 보존처리 과정에서 퇴계 선생의 친필 만장을 확인했다.
임노직 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대학자 선비들이 남긴 친필 만장인 데다 고인의 문집 등에도 전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임진왜란 이전 만장이 무더기로 나온 것도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국학진흥원은 보존 처리가 끝나는 오는 10월 말쯤 유물을 공개하고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