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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박근혜, 소득 없이 최소 33년은 거뜬

백삼/이한백 2017. 3. 14. 09:40

지난 10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기 때문에 그가 받을 수 있는 전직 대통령 예우는 경비ㆍ경호밖에 없다.

 

대통령 퇴임 후 나오는 월 1,240만원 가량의 ‘대통령 연금’도 받지 못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탄핵’됐기 때문에 다시 정계에 입문할 리 만무하고, 검찰 수사가 남아있는 만큼 개인소득을 올리기 위한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어려울 터. 그렇다면 딱히 소득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의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산은 삼성동 사저ㆍ예금 등 포함 35억원 대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재산은 35억1,924만4,000원이다. 대한민국 ‘보통사람’이라면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운 금액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재산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돌아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가 약 25억3,000만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예금(9억8,924만4,000원)이다.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직전 마지막 재산신고인 2012년에는 2008년식 에쿠스와 베라크루즈 등 자동차도 있었지만, 이는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21억8,104만5,000원이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 한동안 소득 없이 생활한다고 가정할 때 그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난 8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통사람’은 월평균 468만원을 벌어 매달 약 245만원을 지출한다. 이 보고서는 전국의 20~64세 취업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지출부분만 볼 때 소비의 절반 가량(49.4%·121만원)이 식비·교통비·공과금·통신비·주거비 등 기본 생활비에 쓰인다는 점에서 ‘자연인’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를 토대로 한동안 무소득일 박 전 대통령이 생활비 고민 없이 얼마나 지낼 수 있는지를 계산해봤다.

우선 삼성동 사저는 거주지라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금으로만 단순 계산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최소 33년간 소득 없이도 버틸 수 있다. 월 245만원씩 연간 2,940만원을 지출한다는 계산에 따라서다. 만약 삼성동 사저를 매매한다면 최소 119년을 지낼 수도 있다. 월 245만원에 교육비가 포함돼 있는 만큼, 자녀가 없어 교육비가 들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은 이보다 더 오랫동안 생활이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달부턴 168만원 국민연금… 지하철도 무료 이용

때마침 박 전 대통령은 이달부터 국민연금도 받는다. 1952년 2월생인 박 전 대통령은 만 60세가 된 2012년 3월부터 연금을 탈 수 있었지만, 이를 5년간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 재임기간과 최대한 겹치지 않으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국민연금은 16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1998년부터 60세가 되는 2012년까지 최소 14년간 보험료를 냈고, 국회의원 연봉(지난해 연평균 1억3,800만원)과 대통령 연봉(지난해 연평균 2억2,000만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부과대상 소득 상한선(지난해 기준 월 434만원)을 넘어 최고 연금액(168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소득으로도 최소 33년을 버틸 수 있는데, 국민연금까지 받으니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한동안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민간인 신분으로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삼성동 자택과 예금 등을 기준으로 부과돼 월 20만원 선에 그칠 전망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가지 더 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올해부터 지하철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자동차도 없고 별도 수입도 없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그야말로 ‘꿀팁’이 아닐까 싶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 측근 재산도 ‘억’소리

박 전 대통령 재산도 ‘억’소리 나지만 그 주변에는 정말 ‘기함할 정도’의 재산을 가진 이들도 많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우 전 수석의 재산은 지난해 기준 393억6,754만원으로, 고위공직자 중 가장 많았다. 재산이 많은 만큼 구성도 다양하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건물(68억4,906만원)은 물론, 예금(157억4,934만원), 채권(159억2,931만원) 등도 있다. 또 1,500만원짜리 본인의 로렉스시계와 배우자의 다이아몬드 반지(1카라트ㆍ1억원), 루비반지(2카라트ㆍ7,000만원), 로렉스시계(1억2,000만원) 등 귀중품, 본인의 호텔신라 헬스클럽 회원권 등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이병기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재산도 지난해 기준 28억9,700만원에 달했다. 이 전 비서실장의 재산에는 16억6,400만원짜리 본인 소유의 타워펠리스(174.67㎡ㆍ약52평)와 시가 약 2억9,000만원에 달하는 토지 등이 포함돼 있다. 구속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재산도 작년 기준 17억1,048만원이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분류되는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재산이 각각 13억969만원, 12억7,225만원, 8억47만원에 달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