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행정관이 사저 정리 돕고,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팀에 합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메시지, 강력한 법적 투쟁 시사한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4년 15일 만에 청와대 관저를 떠났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私邸)에 도착했을 때 미소를 지으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지만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고, 사저 안에서 그와 만났던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눈 화장이 번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하기 어렵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수사 등을 앞두고 강하게 '법적 투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떠나기에 앞서 오후 6시 30분쯤 청와대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다들 수고가 많으셨다. 마무리를 함께 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어 오후 7시쯤 녹지원 앞길에 전송을 나온 비서실, 경호실 직원 등 500여 명과 걸어가면서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몇몇 수석들을 포함해 상당수 직원들도 눈물을 흘리며 박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당초 오후 6시 30분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설 것이라고 했지만, 직원들과의 인사 시간이 길어져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 15분쯤 에쿠스 차량에 탑승해 청와대를 출발했다. 허원제 정무수석 등이 수행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독립문~서울역~삼각지~반포대교와 올림픽대로~삼성로를 거쳐 7시 37분쯤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약 22분이 걸렸다. 보통 서울 강남 지역을 갈 때 이용하던 헌법재판소~남산터널 코스나 광화문광장~남대문 코스를 거치지 않은 것을 두고 "청와대 주변 시위대와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고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간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사저 앞에는 친박계 '맏형'인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 윤상현, 조원진, 이우현, 박대출, 김진태, 민경욱 의원과 이원종, 이병기, 허태열 전 비서실장, 김관용 경북지사,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모였다. 서청원 의원은 "대통령님께 '힘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라'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바쁜데 나와주시고 항상 힘이 돼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서 의원 측이 전했다. 유일하게 사저 안으로 들어가 박 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 뒤 메시지를 전한 민경욱 의원은 "집 안에 가스 냄새가 나고 침대·소파 커버도 안 벗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이날 모인 친박계 인사들의 추천으로 박 전 대통령 '사저 대변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사저 안에 들어가지 못한 친박계 의원들은 인근 식당에서 따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과 윤전추 행정관 등이 사저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도왔고, 2007년부터 박 전 대통령을 근접 경호했던 이영선 행정관도 경호팀에 공식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이 13일 사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이날 오후 삼성동 사저의 거주 준비가 완료됨에 따라 바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것을 두고 야권에서 '헌재 판결에 승복하고 관저에서 빨리 나오라'는 비판 여론이 나온 것도 이동을 서두른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저 정비 작업이 마무리된 것과 여론을 참모들에게 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2013년 2월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23년간 삼성동 사저에 거주했었다. 1983년 지어진 삼성동 사저는 보일러 등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지난 4년간 비어있어 당장 입주하기엔 거주 여건에 문제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헌재 결정 이후 거주를 위한 기본적인 정비 작업과 경호 시설 설치 작업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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