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전화오자 옷으로 휴대폰 닦아 최씨에게 건네"

TV조선, 신사동 '샘플실' 영상 보도"기밀인 대통령 순방표 미리 받아행사일정 옆 빨강·보라·흰색 표시2014년 최씨가 고른 파랑 재킷12일 뒤 대통령 호주 G20서 입어"최씨 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포장된 옷 들고 도와주는 모습도 중앙일보 | 입력 2016.10.26. 02:19 | 수정 2016.10.26. 06:33

  • 최순실 총체적 국정개입 의혹 위세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최순실(60)씨가 준비한 옷을 입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최씨가 사무실에서 박 대통령이 입을 옷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최씨가 의상을 챙기는 동안 그의 옆에서 청와대 행정관들이 비서처럼 시중을 드는 장면도 들어 있었다.
이 동영상은 서울 신사동의 한 사무실에서 고정돼 있는 카메라에 의해 2014년 11월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는 2일, 3일, 24일, 28일 등의 날짜가 찍혀 있다. TV조선은 4층짜리 빌딩 3층에 있는 이 사무실은 최씨의 측근들이 ‘샘플실’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 사무실에는 세 개의 행거에 여러 종류의 의상들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 위에도 10여 벌의 옷이 쌓여 있었고 한쪽에는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가방이 있었다. TV조선은 “최씨의 1000만원대 명품백”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선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최순실씨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기를 자신의 셔츠에 닦고 있다. 그 뒤 그는 전화기를 최씨에게 건넸다. [사진 TV조선 캡처]
이영선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최순실씨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기를 자신의 셔츠에 닦고 있다. 그 뒤 그는 전화기를 최씨에게 건넸다. [사진 TV조선 캡처]

11월 3일 낮 12시쯤 찍힌 영상에는 안경을 머리 위에 걸친 최씨가 사무실에서 옷을 고르고 손질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재단사로 보이는 남성이 옷걸이에 녹색 재킷을 걸어 놓자 의상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피고 옷깃에 달 장식을 대봤다. TV조선은 “최씨가 손질하던 이 옷이 일주일 뒤인 11월 10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뤄진 중국 베이징TV와의 인터뷰에 입고 나온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는 깃 끝에 흰 테두리가 장식된 파랑 재킷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12일 뒤인 11월 15일 호주를 방문해 입었던 옷과 같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입은 중국 전통 의상도 최씨 사무실에 있었다.

영상에는 이영선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도 등장했다. 이 전 행정관은 유도선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근접 경호를 담당했다. 영상에는 이 전 행정관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 휴대전화를 최씨에게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자신의 셔츠에 휴대전화를 닦은 뒤 공손하게 전달했다. 최씨는 전화기를 받아 통화를 한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뒤편에 있는 이 전 행정관에게 전화기를 돌려줬다. 부하 직원을 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씨의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 있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 [사진 TV조선 캡처]
최씨의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 있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모습. [사진 TV조선 캡처]
11월 24일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는 갈색 뿔테 안경을 쓴 최씨가 의상에 쓰일 원단을 뒤적이며 여직원 두 명과 재단사로 보이는 남성에게 이를 설명하는 모습이 들어 있었다. TV조선은 “박 대통령의 공식석상 옷은 신발부터 머리끝까지 봤다고 볼 수 있다”며 “박 대통령 옷이 어느 제품이냐는 추측이 난무했는데 결국 최씨 작품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는 2014년 2월 최연소 3급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윤전추 행정관의 모습도 담겼다. 윤 행정관은 포장된 옷을 들고 최씨 뒤에 서 있는 등 잡무를 도맡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행정관은 최씨가 다닌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 헬스클럽 트레이너 출신으로 최씨의 전담 트레이너였다. 2014년 윤씨의 채용과 관련된 논란이 일자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윤 행정관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홍보와 민원 업무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 윤 행정관이 최씨 추천으로 청와대로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최씨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맞춰 사전에 옷을 준비했다. 방송 영상에는 ‘북극성’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통령 순방 일정표 문서가 등장했다. 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 유엔총회 개회식 등 주요 행사 일정에는 ‘빨강’ ‘보라’ ‘흰색’ 등으로 최씨가 써 놓은 글씨가 보였다. 일정표 오른쪽 위에 ‘대외주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가기밀이 최씨에게 유출됐다는 뜻이다.

특별취재팀

 

'최순실 감찰해야 할 민정수석' 추천서가 최순실 손에..

[최순실의 국정 농단] TV조선 입수 공개 - 최순실이 문건 본 후 무슨 일이.. 靑 내부선 곽상욱 추천했지만 민정수석에 김영한 임명돼 金 수석 후임엔 우병우.. 조응천 "崔, 禹 인사 관여 의혹" - 우병우, 朴정부 最長 민정수석 곽상도·홍경식·김영한은 모두 1년 못채우고 교체돼 조선일보 | 김봉기 기자 | 입력 2016.10.26. 03:28 | 수정 2016.10.26. 08:55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받아본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인사(人事) 추천 보고서는 지난 2014년 6월까지 재직했던 홍경식 민정수석의 후임에 대한 내용이다. 대통령 보고용으로 작성된 청와대 문건으로 보이는 이 자료를 TV조선이 최씨 측근들의 사무실에서 입수해 25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민정수석실 조직 현황과 홍 수석 후임으로 추천된 곽상욱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의 프로필이 담겨 있다. 가장 위에서부터 당시 민정수석실 멤버였던 홍경식 수석을 비롯해 이중희 민정비서관, 김종필 법무비서관의 생년월일·출신지·출신학교·주요 이력 등이 정리된 프로필과 얼굴 사진이 차례로 기입돼 있다. 그 외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원비서관은 '공석'으로 표시됐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청와대 행정관 문서유출' 사건으로 2014년 4월 15일에 물러난 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5월 12일까지 청와대로 출근한 뒤 검찰로 복귀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이 민정수석 추천 보고서는 청와대에서 4월 15일~5월 12일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당시 조응천 비서관의 이름은 빠져 있지만,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프로필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TV조선 인터뷰에서 "문건에 들어간 색이나 양식 글씨체 등이 청와대에서 만든 게 맞다"며 "대통령이 (프로필을 볼 때 얼굴) 사진을 보기 때문에 (따로) 사진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래는 (추천 인사 검토 문건에) 사진이 프로필 왼쪽에 들어가지만 대통령이 오른쪽을 선호해 나중에 바뀐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최씨에게 공직자와 대통령의 측근을 감찰하는 민정수석 인사 추천 보고서까지 전달된 것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이 직후에 실제로 진행된 인사 결과와 비교하면 인사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는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후임 수석에는 대검 강력부장을 지낸 김영한 변호사(올 8월 별세)가 그해 6월 12일 임명됐다. 최씨가 곽 전 위원의 민정수석 임명을 틀어서 새 민정수석을 청와대가 다시 물색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곽 전 위원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시 민정수석에 추천됐는지에 대해 "나는 잘 몰랐다. 나는 그런 얘기를 직접 듣지 못했다"고만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검토해야 할 민정수석 추천 보고서가 최씨 관련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인사 개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씨에게 보고서가 보내질 당시까지는 청와대 내부 추천인으로 곽 전 위원이 돼 있었는데, 최씨가 받아 본 이후에 실제 임명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에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다가 경질됐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순실씨가 우 민정수석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한 적도 있다. 현재 각종 의혹 때문에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우병우 현 민정수석은 2014년 5월 12일 안팎부터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돼 청와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 문건의 작성 시기(4월 15일~5월 12일 사이)를 감안할 때, 문건이 작성돼 최씨에게 전달된 뒤 임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는 그로부터 6개월 뒤에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뒤, 인사 검증 실패 논란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재 1년 10개월째 박근혜 정부 최장수 민정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3년 8개월 동안 민정수석 인사는 4번 있었지만, 우 수석을 제외하고는 1년을 넘긴 사람이 없다.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현 새누리당 의원은 6개월 만에 교체됐고, 두 번째로 임명된 홍경식 전 민정수석도 세월호 참사 등으로 10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이후 김영한 전 민정수석도 '청와대 행정관 문서유출' 사건의 책임을 지고 7개월 만에 우병우 수석으로 교체됐다.

최씨에게 건네진 민정수석 추천 보고서가 작성된 당시는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인사 쇄신 요구가 빗발칠 때였다. 특히 민정수석 등 검증팀에 대한 교체 요구가 높았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에 민정수석 후보를 누구로 뽑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9명 중 5명을 교체했고, "친정(親政) 체제를 강화해 세월호 사고 이후 약화한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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