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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前 장교들, 유령회사로 '제2롯데월드 찬성' 여론몰이

백삼/이한백 2016. 6. 15. 09:17
제2롯데월드(현 롯데월드타워) 건축 인허가를 앞두고 공군 예비역 장교들이 이른바 '기획법인'을 설립한 후 롯데 측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제2롯데월드가 건축 심의를 통과하자 사실상 폐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이 롯데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던 공군을 무력화하거나 졸속 심사를 부추기기 위해 공군 예비역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검증에 참여했던 공군 예비역 대령 S씨가 정부의 인허가 심의를 1년 앞둔 시점에서 건축 고도제한 완화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를 설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2롯데월드 타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제2롯데월드 타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컨설팅 업체 L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던 S씨는 공군 중령 출신인 L씨 등 6명과 함께 지난 2008년 2월 자본금 5억원을 들여 회사를 세웠다.

비행안전구역에 있는 건축물의 고도제한 완화 자문을 비롯해 금융투자 자문, 부동산 개발사업 자문 등을 사업 목표로 내걸었지만, L사는 개업 5년여 만에 '해산 간주' 처리됐다.

개점휴업 상태가 5년 넘게 지속되면서 법원이 사실상 해산한 회사로 판단한 것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최후 등기 후 5년 동안 정상적인 영업을 신고하지 않아 회사로서 운영이 안 되었다고 판단하면 법원은 공고 절차를 거쳐 해산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령회사'와 다를 바 없는 회사를 차린 지 10개월 후 S씨와 L씨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항공우주법학회가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축과 서울공항 상생방안 모색'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는데, 당시 행사를 주관한 곳이 S씨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였다.

이날 연설을 맡은 발표자들은 성남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제2롯데월드 건축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폈다. 플라잉클럽 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L씨도 '각종 비행 절차에 대한 소개'라는 제목의 발표를 맡아 행사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건설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전경련의 이름을 건 행사를 주최했으며, 행사 비용도 롯데 측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롯데 측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던 S씨 등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실제로 입김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S씨와 L씨는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지난 2009년 3월 서울공항 안전성 용역을 맡은 한국항공운항학회의 보고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며 추천한 3명의 민간 전문가 명단에 포함됐다.

이해당사자인 국방부와 서울시를 제외하고 민관합동위원 11명이 참석했던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할 경우 비행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제2롯데월드 건설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초고층 건물을 세울 경우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20년 가까이 줄곧 반대를 외치던 국방부는 활주로 변경에 따른 비용 1000억여원을 롯데 측이 부담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이유로 돌연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은 "제2롯데월드 찬성론자인 S씨 등을 민간 전문가로 참여시켜 단기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검증용역기간도 15일에 불과했다"고 졸속 심사를 주장했다.

특히 여군 대령 출신인 김옥이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안전 점검에 참여한 항공우주법연구소의 소장인 S 대령과 L 중령은 롯데로부터 공식적으로 2억 5000만원을 받는 사람들"이라며 롯데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S씨 등이 롯데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롯데의 '대리인' 역할을 해주는 대가로 유령회사인 L사를 통해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2롯데월드 사업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지난 2011년 활주로 공사와 관련한 컨설팅비 명목으로 공군 중장 출신 천모(69)씨 회사에 13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자금의 출처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7년 4월에는 롯데물산 강모 대표 등은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A 변호사에게 "제2롯데월드 신축 인허가와 관련한 심의가 통과되도록 정·관계에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2006년 2월 법조 브로커 윤상림(64)씨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중 윤씨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에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해 롯데물산의 강 대표를 여러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롯데그룹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롯데그룹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로비 단서가 포착될 경우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롯데와 공군 출신 인사들의 '검은 커넥션'이 본격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제2롯데월드 건축 사업은 2009년 행정협의조정위 심의를 통과한 후 2010년 11월 123층 규모(높이 555m)의 초고층 빌딩으로 최종 건축 허가를 받았다.

[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africa@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