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가결국 謹惠家潔國 (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
해내시어타 該奈侍於他 (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
(중략)
파곡도파도 把曲度破道 (틀린 법도를 쥐고 도리를 해치니)
계속나오내 械束那嗚耐 (형틀과 결박에서 어찌 비명이 그치리오)
무당순실이 無當淳實爾 (순박하고 진실한 자는 아무도 당할 수 없으니)
사년분탕질 赦撚分宕質 (뒤틀린 본분과 방탕한 자질도 용서하며)
대한민국은 對寒民國恩 (빈한한 백성에게 나라의 은혜를 베풀어)
제정사회다 諸丁士會多 (모든 장정과 선비가 모여드는구나)
지난 31일 오후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운 현 시국을 풍자한 한시다. 압권은 독음이다. “근혜가결국 해내시어타. 나라골이참 잘도라간다. 이정도일준 예상모택다”, “무당순실이 사년분탕질. 대한민국은 제정사회다.”
이 같이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풍자한 기발한 창작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국선언과 굿이 합쳐진 ‘시굿선언’이 벌어지는가 하면 현 시국을 고전소설 문체로 표현한 글도 등장했다.
지난 30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공주전’이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고전소설 문체로 ‘최순실 게이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주인공 공주를 비롯해 무녀, 손씨 성을 가진 선비 등이 등장한다.
시작은 이렇다. “옛날 헬-조선에 닭씨 성을 가진 공주가 살았는데 닭과 비슷한 지력을 가졌다. 그 자태가 매우 고결하여 저잣거리에 흔히 파는 어묵을 먹는 방법을 몰라 먹지 못했고,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백성들이 악수를 청하면 겸허히 물러서서 손을 뒤로 빼는 등 공주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요즘 대학가에서 문인고수들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 “교과서에 실릴만큼 기가 막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주전은 현재 1만이 넘는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지난 31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에서 ‘시굿선언’을 벌였다. 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후 경기도당굿 부정놀이, 통영오광대 문둥춤, 동해안 오구굿을 선보였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나라의 위협을 물리치고 안녕을 기원한다’는 풍자적 의미도 있고, 전통적인 문화가 언론에서 부정적으로만 소비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껴 그 예술적 성격을 강조하고자 퍼포먼스 방식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청년당 추진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청와대 인수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탄핵된 청와대의 공백을 메꾸고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청와대 인수를 선언한다”고 밝힌 뒤 현판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도 현 시국을 풍자하는 은유가 발견됐다. 지난 29일 MBC ‘무한도전’ 그래비티 편에는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출발’, ‘성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등 자막이 등장했다.
30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아바타하우스 편은 게스트들이 런닝맨 멤버들을 조종한다는 설정으로 진행됐다.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 거야’, ‘실제로 참 순하고 실한데’, ‘무정부 상태’, ‘비만실세’ 등 자막이 눈에 띄었다.
같은날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49화에는 ‘오방낭’이 등장했다. 극중 무당은 정난정을 해치고 안방을 차지하려는 윤원형의 첩 종금에게 오방낭을 건네며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옥중화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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