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층 10명 중 4명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지지층과 부동층이었다. 반 총장은 확실한 대선후보를 찾지 못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었다. 동시에 모든 진영에서 거부감이 덜해 중도층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안 공동대표와 상당 부분 지지층이 겹칠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선 후보군에 반 총장을 포함했을 때와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교차 분석한 결과, 반 총장 지지층의 20.2%가 안 공동대표 지지층에서 이탈한 응답자였고, 18.1%가 부동층 이탈자였다. 이어 16.3%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9.4%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이탈한 응답자였다. 4ㆍ13 총선을 전후해 국민의당과 부동층으로 이탈했던 여권 지지층이 반 총장의 등장을 계기로 재결집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반 총장은 출마할 경우 모든 여권 대선주자 지지층의 절반 정도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에 가까운 주자일수록 지지층에서 반 총장으로의 이탈 폭이 컸다. 여권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 지지층의 63.3%가 반 총장으로 이동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60.9%), 원희룡 제주도지사(49.5%), 오세훈 전 시장(48.5%),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45.4%) 순이었다.
반 총장은 야권 대선주자 지지층도 적지 않게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공동대표 지지층이 가장 많은 37.1%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고, 김부겸 의원(34.7%), 박원순 시장(24.1%) 순이었다. 반 총장을 제외한 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표 지지층에선 15.6% 정도가 이탈했다. 부동층의 41.8%가 반 총장 지지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반 총장의 지지층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60대 이상에서 48.7%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역별로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ㆍ경북(44.8%), 부산ㆍ울산ㆍ경남(40.6%)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에선 32.3%에 그쳤다. 서울(34.4%)보다 못 미치는 수치로, 여권 일각의 ‘충청 대망론’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60.6%, 무당층 21.7%, 야권지지층 21.1% 순이었다. 무당층은 상대적으로 정당 충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반 총장이 특정 정당을 선택할 경우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4ㆍ13 총선 패배 이후 경쟁력 있는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더욱 찾기 힘든 상황에서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반 총장을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지지층과 중도ㆍ부동층이란 이질적인 두 기반이 공존하고 있다는 게 반 총장 지지층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mailto:hermes@hankookilbo.com)
이번 여론조사는 6월 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번호걸기(RDD)에 의한 유ㆍ무선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추출은 지역ㆍ성ㆍ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 추출했고, 2016년 5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10.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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