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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검거][스케치]한상균 위원장 자진퇴거..물리적 충돌 없어

백삼/이한백 2015. 12. 10. 13:12

조계사 신도 200여명, 인간띠 만들어 경내 이동 보호
법복 벗은 한상균, 경력배치 강력 규탄…"침탈 막으려 결단"
경찰, 강제력 동원 않고 체포영장 집행…남대문서 호송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25일째 조계사에 피신해 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퇴거를 가장 먼저 준비한 이들은 조계사 신도들이었다.

200여명의 조계사 신도들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부터 한 위원장이 머물던 관음전에서 대웅전까지 이르는 길목에 손을 맞잡고 서 인간띠를 만들었다. 행여 생길지 모를 소란과 불미스러운 충돌을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0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을 나와 경찰에 자진출두전 기자회견장에서 조합원의 격력를 받고 있다.    2015.12.1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10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을 나와 경찰에 자진출두전 기자회견장에서 조합원의 격력를 받고 있다. 2015.12.1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 출두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 면담 뒤 걸어나오고 있다. 2015.12.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 출두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 면담 뒤 걸어나오고 있다. 2015.12.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 출두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 면담 뒤 걸어나오고 있다. 2015.12.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 출두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 면담 뒤 걸어나오고 있다. 2015.12.10. photocdj@newsis.com

한 위원장은 인간띠 설치 40여분 후인 오전 10시24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피신하는 동안 입고 있던 법복을 벗고 다시 곤색 노조원 조끼를 입은 모습이었다.

면도를 하지 않고 다소 야윈 얼굴의 한 위원장은 함께 나온 도법스님과 나란히 걸으며 인파 속에서 노조원을 발견할 때마다 주먹을 쥐어 힘 있게 흔들어 보였다.

한 위원장은 이후 대웅전에 도착해 삼배를 올리고 자승 총무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 10시46분께 기자회견을 위해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연한 표정으로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동여맨 한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기 시작할 무렵엔 아침부터 떨어지던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한 위원장을 둘러싼 노조원들이 "우리가 한상균이다" "공안탄압 박살내자"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저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맸습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정부를 규탄했다.

아울러 전날인 9일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1000여명의 경력이 배치된 상황을 비판하며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폭력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계사 정문에 대기하던 경찰들이 침묵 속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위원장이 "투쟁"이라는 구호로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친 것은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오전 10시24분께부터 40여분이 지난 11시5분께였다.

이후 한 위원장이 질의응답까지 마치자 곁을 지키고 있던 노조원들이 한 위원장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눴다.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노조원들은 이후 경력이 배치된 일주문까지 나아가며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설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도법스님이 계속해서 한 위원장의 곁을 지키며 동행했다. 조합원들과 일부 조계사 승려들이 길을 따라 나아가는 한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조계사를 넘어서 사법의 영역을 가르는 일주문 앞에 이르자 한 위원장은 또다시 멈춰서 구호를 외쳤다. '노동개악 반대'라는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주먹을 쥐고 한 위원장을 마주보며 구호를 따라 외쳤고, 관음전부터 동행했던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을 깊이 끌어안았다.

한 위원장은 이후 11시15분께 결국 일주문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강제력을 이용하지 않고 미란다원칙 구두 고지에 나섰다. 덤덤한 표정으로 고지를 들은 한 위원장은 자신의 발로 걸어 호송차에 탑승했다.

도피 25일째, 관음전에서 모습을 드러낸지 55분여 만, 조계사를 빠져나온지 2분여 만이었다.

호송차는 이날 오전 11시23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도착했다.

남대문서에는 한 위원장 호송에 대비해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6개 중대 400여명의 의경대원이 배치된 상태였다. 이 가운데 보수단체 활빈단은 '폭력시위 선동책 한상균 체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호송차에서 하차한 한 위원장은 왼 손목에 염주를 찬 채 묵묵히 경찰의 인계를 받아 형사과로 들어갔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 흉기소지 여부 등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친 뒤 유치장에 입감할 예정이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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