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벌레’를 ‘곤충’으로 바꾸어서 물어보면 사람들은 굳이 “싫다” 라고 하기보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곤충’ 자리에 ‘개미’를 넣어서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우리가 개미로부터 ‘성실’과 ‘노력’ 그리고 ‘협동’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베짱이는 정말 억울하게 되었다!) 게다가 ‘개미허리’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날씬함과 건강이란 이미지도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개미집을 찾으면 재미있어 하고 뙤약볕 아래서도 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개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놀라운 점을 보게 된다. 개미가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크고 몇 십 배는 더 무거워 보이는 물체를 턱에 물고 잘도 걸어다니며 심지어는 그 상태로 벽을 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힘센 개미의 모습은 영화에도 반영된다. ‘애들이 줄었어요’라는 영화를 보면 아이들이 발명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레이저에 잘못 쏘여 몸이 작아지게 된다. 작아진 아이들은 풀밭에서 곤충들에게 마구 쫓기게 된다. 덩치는 비슷하지만 사람에 비해 곤충들이 더 힘이 센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개미는 정말로 힘이 셀까? 만약 개미가 우리 몸만큼 커진다면 예전과 같이 자기 몸의 수 십 배나 되는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자기 몸무게의 물체를 들어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30~40배를 들어올린다. 이렇게 단순히 비교해 보면 개미는 사람보다 훨씬 힘이 센 것처럼 보인다. “힘이 세다”는 것은 “물건을 들어올리는 근육의 힘이 크다”는 것을 말하며 이 힘은 근육의 굵기에 비례한다.
모든 도형은 길이가 두 배가 되면 넓이는 네 배, 그리고 부피는 여덟 배가 된다. 동물의 구조가 비슷하다고 보면, 키가 두 배로 늘어나면 표면의 넓이는 네 배, 그리고 부피는 여덟 배가 된다. 마찬가지로 근육의 굵기도 네 배가 되고 근육의 부피는 여덟 배가 된다.
그런데 근육이 물건을 들어올리는 힘은 근육의 굵기, 즉 단면적에만 비례하므로 동물의 몸길이가 두 배가 되면 부피와 체중은 여덟 배가 되지만 근육의 힘은 네 배로 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키가 개미만큼 작아지거나 개미가 사람만큼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개미의 키를 1센티미터, 무게를 0.01그램이라고 그리고 개미가 최대로 들을 수 있는 무게는 체중의 40배인 0.4그램 정도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사람의 키는 170센티미터이고 쌀 한 가마 즉, 80킬로그램을 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위의 근거를 두고 개미가 사람만큼 커졌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개미의 길이가 170배만큼 커지므로 근육의 굵기는 170의 제곱 즉, 28,900배 커진다. 그리고 힘은 근육의 굵기에 비례하므로 사람만큼 커진 개미가 턱으로 옮길 수 있는 무게는 0.4 x 28,900 = 11,156그램으로 증가한다. 같은 크기의 사람이 80킬로그램을 드는 것과 비교하면, 개미의 힘은 사람에 비해 약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만약 사람이 개미만큼 작아졌을 경우를 따져보면 사람의 키가 170배 작아지므로 근육의 굵기는 170의 역제곱, 즉 28,900분의 1로 줄어든다. 개미만큼 작아진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 역시 (80×1000) ÷ 28900=2.77그램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같은 크기의 개미의 힘보다는 7배 가까이 크게 된다.
이처럼 개미의 힘은 사람에 비해 더 세다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미에게는 이런 힘 외 협동이라는 덕목이 존재한다. 도저히 혼자 옮길 수 없는 거대한 먹이를 발견하면 개미들은 여러마리가 달라붙어 절묘하게 보조를 맞추며 이동한다.
비록 힘은 작더라도 이런 협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개미가 사는 미세 세계에서는 중력, 자기장, 표면장력 같은 힘들이 인간 세계처럼 거대한 세계에서와는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 개미보다 더 작은 세계, 즉 나노기술의 세계에 들어가면 과연 어떤 놀라운 일들이 존재할까? 이 글을 읽는 젊은 독자분들이 그 호기심을 풀 주역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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