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천문학】- 1
초(超)자연적이거나 신화적(神話的)인 것으로부터 탈피한 시기를 천문학의 시초(始初)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탈레스(Thales : 624-546, BC)로부터 이루어졌다. 그는 오로지 자연철학적 인식만으로 천상계(天上界)를 해석하려 했는데, 특히 유물론적(唯物論的) 입장에서 우주론을 펼쳤다는 점은 이전의 학자들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 610-546, BC)는 지구의 모양이 마치 자유롭게 운행하는 실린더(cylindrical, 원통형과 비슷한 모양)의 형태를 띠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구의 위치는 이 세상의 정확한 중심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후대 천문학자들에게 지구중심설을 탈피할 수 있는 사상적 기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 585-525, BC)는 지구의 모양이 평평한 디스크(disk) 형태를 띠고 있으며, 거대한 공기 쿠션(air cushion) 위를 떠다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연세계를 작동시키는 혼(魂)이 있다는 논리를 펼쳤는데, 이것은 훗날 우주혼(宇宙魂) 개념으로 발전한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 570-500, BC)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한 최초의 천문학자다. 특이하게도 그는 우주가 도덕적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천상계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들 역시 그런 원칙에 입각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플라톤(Platon : 427-347, BC)의 사상은 고대 자연철학의 한 축(軸)이었을 뿐만 아니라, 신(新)플라톤주의로 진화하면서 르네상스(Renaissance)를 거쳐 근대 천문학혁명의 사상적 기원이 되었다.
플라톤은 인간의 부족한 이성(理性) 수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기하학(幾何學)’이라고 주장하면서 천문학에서 기하학이야말로 경이로울 만큼의 정합성(整合性)으로 ‘이데아(idea)'를 밝혀줄 등불이라고 확신했다.
플라톤의 우주론(宇宙論)은 그의 저서 『티마이오스(Timaios)』를 통해 확인할 수가 있는데, 그는 우주가 본(paradeigma)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은 당시 학계의 고민거리였던 ‘우주의 시작점’과 관련해, ‘우주의 창조’를 실제적 사건으로 간주하면서 그 창조 과정이 완료된 때를 우주의 시작점으로 봐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의 ‘정연한 질서 체계가 구축된 때’를 우주의 시작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적 기로에서 뚜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는데, 플라톤은 만물을 창조한 신(神)인 데미우르고스(dēmiurgos)가 ‘똑같은 방식으로 한결같은 상태로 있는 것’을 바라보며 우주를 만들었다고 함으로써 후자(後者)에 힘을 실었다.
즉 생겨난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원인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바로 우주이기 때문에, 그것엔 반드시 질서와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는데, 플라톤은 그런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 절대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질서와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시점이 바로 ‘생성(生成)의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플라톤은 데미우르고스가 우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선(最善)’을 추구하며 조화롭지 못하고 무질서한 것들을 조화롭고 질서가 있는 상태로 바꾸어 놓았는데, 데미우르고스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지성적(知性的)인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더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지성(知性)은 혼(魂)과 절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은 이처럼 우주를 ‘혼과 지성을 함께 지닌 생명체’로 간주했다.
이 때 우주의 운동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혼(魂)’이라는 개념의 도입은 아낙시메네스가 주장한 자연 세계를 움직이게 한 혼(魂)의 존재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혼(宇宙魂)’개념은 후에 케플러가 행성 운동의 불규칙성(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하는 현상, 그리고 행성의 공전 속도가 빨라지고 느려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출처 -『우리가 잘 몰랐던 천문학 이야기』 임진용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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