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역사

광개토태왕비! 백두산 정상에 서다

백삼/이한백 2015. 7. 6. 14:59

광개토태왕비! 백두산 정상에 서다

 

 

▲ 백두산 정상에 천지를 바라보며 세워진 광개토태왕비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백두산은 단순한 산의 이름이 아니다. 백두산은 바로 온 겨레의 깊은 가슴 속, 그 가슴속마다 깊이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우리민족의 영산이요, 전 국토의 성역이요, 온 민족의 통일된 참 신앙의 산이다. 나는 이 백두산을 찾아 여행길에 나선다. 어릴 적부터 그토록 가보고 싶어 갈망하고 갈망하던 바로 그 산이다. 백두산은 과연 나를 어떻게 맞이할까? 백두산은 우리민족의 시원인 단군왕검으로부터 줄 잇는 온민족의 생명의 뿌리가 서려있는 곳이요, 바로 이곳 백두산으로부터 전 국토의 산맥이 이어져 반만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역사성을 지켜온 영적인 산이다. 그러기에 백두산은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면면히 동경의 성산으로 함께 숭상하여온 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민족은 모두 백두산을 사랑하는 백두산족(白頭山族)’ 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백두산을 보기 위해 피를 나눈 북한의 북녘 땅도 아닌 중국을 거쳐 살펴보려고 한다. 백두산을 가는 길은 한민족의 혼이 서려있는 드넓은 만주(Manchuria , 滿洲)을 반드시 경유하여야한다. 바로 그 옛날 고조선, 고구려와 발해의 생생한 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대()만주의 거대한 벌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만주벌판은 역사적으로 말갈족(靺鞨族선비족(鮮卑族거란족(契丹族여진족(女眞族몽고족(蒙古族), 돌궐족(突厥族) 등이 살아온 생생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7 만 년 전 선사시대에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벨트를 거쳐 이곳에 정착한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며, 같은 어순의 언어를 사용한 민족이다. 즉 이들이 사용한 언어는 모두 한국어와 어순이 같은 우랄알타이어(Ural-Altaic languages)계통의 언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모두 역사적인 언어분류로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는 우리들이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언어적으로 이들 언어와 어순이 다른 언어이다. 즉 중국은 이들과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주의 언어적인 역사성은 중국의 영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지금 이 만주를 두고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영역이라 하며, 이곳을 둥베이(東北)라고 부르고 있다.

 

 

만주광역도와 백두산에서 바라본 만주

 

 

그리고 이들은 이곳에 있는 자신들의 요녕성(遼寧省, 랴오닝 성 : 남부), 길림성(吉林省, 지린 성 : 중부), 흑룡강성(黑龍江省, 헤이룽장 성 : 북부)을 하나로 묶어 동북3성이라 부르며, 중화공정(中和工程)이라는 기치아래 이곳을 동아시아의 고대역사를 모두 왜곡하는 그 역사현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백두산에 가기 위해 이 동북3성의 하나인 요녕성의 대련, 단동, 환인시를 거쳐 가기로 한다. 이들은 모두 압록강을 중심으로 하는 요동반도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만주벌판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물론 백두산을 이르는 여정에서 이들 도시에 널리 산재해있는 고구려의 고대유적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볼 예정이다. 대련에서 나와 일행을 태운 차량은 백두산을 향해 만주벌판을 끝없이 달리고 달린다.

 

만주! 이곳은 중국 북동부에 위치에 있는 곳으로 요동, 길림, 흑룡강 성의 3성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은 북쪽과 동쪽은 흑룡강과 우수리강을 경계로, 남쪽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조선과 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 광개토태왕과 개마무사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이 이 만주벌판은 고대연맹 왕국 시대에 부여가 차지하였으며, 5세기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7세기에는 발해가, 12세기에는 여진족이 금을 건국하여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1909년 간도협약으로 일본이 안봉선 철도를 설치한 지역이었으며, 또한 1910105인 사건으로 해산된 신민회가 독립 운동 기지를 건설한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1920년대 무장 항일 독립군이 활동한 청산리 대첩, 봉오동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만주는 우리민족의 전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다. 나는 백두산을 향하는 차량의 차창 밖으로 만주벌판을 무심히 바라본다.

 

 

▲ 광개토태왕이 정복한 고구려영토

 

 

끝없이 펼쳐진 만주벌판의 숲과 초지! 이곳은 바로 백두산 호랑이가 출몰하던 지역이다. 그 옛날 광개토대왕은 백두산 호랑이처럼 이 만주지역을 내달리며 전 세계사를 바꾸어냈다. 우리들은 단순히 광개토대왕이 당시 동아시아만을 재패한 왕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의 동아시아정복과정은 그대로 세계재편과정으로 이어진다. 당시 광개토대왕은 동아시아 정복과정에서 선비족을 서쪽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다시 선비족은 흉노족을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훈족으로 변모시켜, 전 서구역사를 전면적으로 재편시키는데 일조한다. 이처럼 훈족으로 인하여 당시 서양의 중심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로마제국은 395년에 동서 로마로 분열되고, 결국 476년 서로마 제국은 멸망하고 만다. 로마제국을 멸망시킨 훈족은 바로 광개토대왕의 개마무사(鎧馬武士, 철갑을 두른 말과 무사)들의 후예들인 것이다. 이들은 당시 세계최고의 신무기인 고구려의 맥궁을 가지고 서구사회를 모두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훈족으로 인한 서구의 몰락은 현대사회의 모든 서구국가들이 고대사회에서 탄생하는 배경으로 발전한다. 바로 광개토대왕의 영향으로 서구사회로 내몰린 훈족들이 당시 서구 게르만민족을 내몰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모든 서구 국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 백두산과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백두산 호랑이

 

광개토대왕! 그는 5세기 전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인물이다. 광개토대왕! 그는 아시아의 제패자가 아닌 전 세계사의 제패자였던 것이다. 광개토대왕! 그로 인하여 전 세계에 국가란 개념이 처음 탄생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광개토대왕의 삶을 생각하며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만주벌판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저 만주벌판의 숲과 초지에서 표호 하던 백두산 호랑이를 연상한다. 백두산 호랑이는 바로 광개토대왕의 개마무사요, 서구 로마사회를 무너뜨린 훈족들이였던 것이다. 나와 일행을 태운 차량은 끝없이 펼쳐진 만주벌판을 내 달린다. 정말로 만주벌판은 광활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어찌! 우리민족은 현재의 이 넓은 만주벌판을 외세에 모두 내주고 좁아터진 한반도 안에서 서로 사색당쟁으로만 지세우고 있는 것인가? 북한을 봐도 남한사회를 봐도 그 저 답답하기만 하다. 온갖 매국노들만 득실거린다. 아니 국민자체가 매국노들뿐이다.

 

 

▲ 중국이 건설한 백두산 안내소

 

 

차창 밖 멀리로 백두산줄기가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높이 솟아오른 백두산! 수 천리에 가로놓여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르는 모습이 그저 장엄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 옛날 광개토대왕은 긴 장검을 빼어들고 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만주벌판의 모든 대명천지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당당한 영웅의 기세를 키웠을 것이다. 나와 일행을 태운 차량이 드디어 백두산 매표소에 다다른다. 나는 백두산 매표소에서 백두산정상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닿도록.'이라고 늘 상 부르던 애국가 가사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감을 느낀다. 이 가사는 단순히 조국의 영원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우리민족의 민족혼을 잃지 말자고 온 선조들이 피를 토하며 부르던 그 노랫말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대사회의 자본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들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 국토를 둘로 분열시키며 서로들 다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광개토대왕! 그는 현대사회의 우리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저 답답하기만 한다.

 

백두산 매표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소형 차량이 우리 일행들을 기다린다. 우리들을 태운 소형차량은 손살 같이 백두산 정상을 향해 내 달린다. 불과 백두산 정상까지 가는데 30분이 체 걸리지 않는다. 나는 백두산을 오르며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백두산의 숭고한 정신을 생각해볼 순간조차도 없이 자본문화에 빠져드는 중국당국의 관광정책에 실망감을 느낀다. ! 드디어 차량은 백두산 정상에 다다른다. 내 평생 그토록 갈망하던 백두산 정상! 그러나 백두산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백두산은 한이 맺혀 굿은 비를 내리며, 온 산을 산안개로 들이운다. 순간 백두산 열여섯 봉우리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닫친다. 바로 수 만년 동안 백두산을 울린 억겁의 광풍인 것이다. 이 광풍의 바람은 그 누구도 다스리지 못한 백두산의 광풍이요, 조선 만리 무궁한 자손들의 한 맺힌 바람인 것이다.

 

 

▲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의 모습

 

순간 또다시 광풍이 불어 닫치며, 백두산 열여섯 봉우이 사이로 장군봉을 들어낸다. ! 장군봉, 바로 광개토대왕의 진정한 모습이 내 앞에 현신(現身)한 것이다. 광개토대왕! 만주벌판의 거룩한 힘을 모아 이렇게 큰 기둥처럼 백두산 정상에 떡 벗 튀고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온 백두산민족을 바라보고 서있는 것이다.

 

광개토대왕! 그는 백두산의 광풍으로 세파에 치든 나의 가슴을 후벼 파며, 썩어빠진 나의 남은 영혼마저 모조리 몰아낸다. 지금 한반도는 민족도, 국토도, 분단된 슬픈 역사 속에 모두 갇혀있다. 광개토대왕! 그는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름도 없는 수많은 개마무사들과 함께 저 만주벌판을 피로 적시며 싸우고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는 개마무사들의 바스러진 해골가루들이 싸락눈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고 싸웠을 것이다. 나는 무심히 백두산 천지를 바라본다. 그러나 또다시 백두산 천지는 자신의 모습을 들어 내지 않고 광풍 속으로 숨어버린다.

 

 

▲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만주고원

 

나는 인내로 바람을 기다린다. 순간 백두산 광풍의 바람이 백두산천지의 모습을 들어 내 보여준다. ! 천고의 깊은 천지 속에 영원히 잠든 백두산족들이 모습들이 광풍의 바람으로 들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광개토대왕의 개마무사들의 모습도 들어난다. 천지(天地)는 만물을 비추고 감추는 마음의 거울이요, 생생한 역사의 증언대이다. 나는 천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광개토대왕이 우리사회에 그대로 현신(現身)하길 고대한다. 그리고 만주벌판의 집안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옛날 광개토대왕비는 아마도 이곳 백두산 정상에 있었을 것이라고 홀로 상상해본다. 나는 다시 사색에 잠긴다. 나는 왜 여기에 이렇게 서있는 것인가?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온 민족 온 겨레의 영산인 백두산을 중국의 뒷문으로 돌아서 와 멀거니 백두산천지를 훔쳐보는 나 자신이 그저 부끄럽고 부끄럽기만 한다. 순간 또다시 백두산 광풍이 불어댄다.

 

 

▲ 한국전쟁후 둘로 갈라진 백두산천지 경계선(북한7봉우리, 중국6봉우리, 변경선3봉우리)

 

 

백두산 광풍 사이로 청롱한 백두산 천지의 눈빛이 들어난다. 그러나 그 눈빛은 한없는 슬픔에 잠겨있는 듯하다. 백두산 열여섯 봉우리 중 여섯 봉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중국에 넘겨준 봉우리이다. 민족의 영산과 천지가 이렇게 둘로 애통하게 잘려나간 것이다. 지금 백두산은 울고 있다. 이제 이 울름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백두산 폭발음으로 굉음소리를 내며, 그 모든 한을 폭발해 낼 것이다. 그리고 백두산 폭발은 새로운 만주벌판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백두산 폭발음으로 새로운 만주벌판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이 개척사의 새로운 첫 걸음은 온 백두산족들이 힘을 합쳐 만주벌판에 외로이 서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이곳 백두산정상에 다시 세우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5세기의 광개토대왕처럼 만주벌판을 지나 전 세계사를 다시 바꾸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나는 백두산 정상을 일행들과 함께 하산한다. 하산 길에 햇빛은 밝게 개어 끝없이 펼쳐진 전 만주 벌판의 장엄한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는 광개토대왕이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보았을 이 장엄한 만주벌판의 모습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그리고 온 백두산족들이 하나로 뭉쳐 새로운 광개토대왕의 역사를 다시 쓰기를 간절히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