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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의 수비엔 대기록의 이유 있다

백삼/이한백 2014. 10.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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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2014 시즌 막판, 가장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선수는 단연 서건창이다. 연일 한국 프로야구사를 다시 쓰고 있다.

전날(13일) 경기선 197안타째를 만들어내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이 보유했던 역대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20년 만에 갈아치웠고, 더 나아가 사상 첫 시즌 200안타 가능성도 키웠다. 또한 지난 11일엔 129득점으로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운 뒤 연일 기록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가 치는 안타와 득점 모두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다.

사진=뉴시스

최다안타 1위는 물론이고 3할7푼2리로 타율도 1위, 130득점으로 이 역시 1위, 도루 2위(48개), 출루율 4위(4할3푼8리) 등 테이블세터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넥센이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서건창의 맹활약이 있었던 덕분이다.

더 중요한 건 서건창이 공격에서만 만족할만한 결과는 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만 하다.

수비 부담이 덜한 외야와 1루수를 제외하고 2루, 3루, 유격수 중 가장 수비율이 좋은 선수 또한 서건창이다. 리그 전체로 따지면 수비율 21위. 20위까지는 전부 외야수나 1루수다. 보살 횟수가 세 자리수가 넘어가는 건 21위 서건창부터다.

올시즌 248번의 자살과 372번의 보살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정근우(264자살 358보살) 다음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한 선수다. 수비율은 9할8푼9리. 정근우(9할8푼1리)보다 더 좋다. 실책은 7개로 최다 순으로 따지면 리그 29위. 주전 2루수 중에선 오재원(두산)과 함께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있다. 3~4시간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경기 내내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사실 야구는 경기 내내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스포츠지만 순간 집중력은 무척 중요한 종목이기도 하다. 공을 때리는 순간, 날아오는 타구를 잡는 순간, 공을 릴리스 포인트에서 놓는 순간 등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장면들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실패 확률은 줄어들기 마련. 서건창이 공수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결국은 집중력 덕분이다.

리그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한 외야수는 "수비는 무조건 집중력"이라고도 했다. 프로 무대에 온 이상 수비 실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결국 순간 집중력에서 실책이 나오기도 하고 호수비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타구 판단, 빠른 발도 집중력을 잃는 순간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잠시라도 딴 생각이 드는 순간, 아차 싶은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공격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가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말이다. 수비에 나가있을 때도 공격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왜 못쳤지", "저 볼은 칠 수 있었는데 아깝다" 등 글러브를 끼고 있을 때도 타석에서의 아쉬움이 드는 순간, 타구는 어김없이 그 선수에게 향한다.

서건창의 경우라면 더 그렇다. 사람들의 관심과 기록까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부담이 되는 한 타석 한 타석. 실패한 순간, 그 잔상은 머릿속에 더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건창이 수비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다른 비결은 없다. 결국 집중력이다. "기록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보다 신뢰가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건창이 신인왕을 탓던 첫해 2012년, 수비 실책 수는 7개였다. 올해 역시 실책수는 같다. 2014시즌, 공격에서 더욱 할 일도 많아졌고 체력 소모도 역시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다. 사실 수비에서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한들 그걸 모두 만회할 수 있을만큼 공격에서 많은 걸 해준 서건창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더더욱 무서운 집중력으로공수 모두에서 완벽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