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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의 마지막 메시지, "기회 왔을 때 잡아라"

백삼/이한백 2014. 10.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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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선수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삼성전을 마지막으로 올 시즌 홈경기 일정을 끝냈다. 1-22 대참패를 당하며 김응룡 감독이 대전구장 감독석에서 앉은 마지막 경기는 허무하게 마감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KIA와 시즌 최종전에서 고별 무대를 갖는다.

이날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지난 2년이 20년 같았다. 시간이 정말 안 가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70대 고령의 나이에도 현장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우승 청부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 연속 9위로 최하위 굴욕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명장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칭찬하고 싶거나 고마운 선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에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선수는 기회가 오면 잘 잡아야 한다. 김경언이 기회를 잘 잡았다. 처음에는 스윙이 뒤로 나왔는데 이제는 바로 나오고 있다"고 칭찬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경언은 6월부터 1군에서 자리 잡은 뒤 3번타자로 맹타를 휘두르며 FA를 앞두고 최고 시즌을 보냈다.

이어 김 감독은 대졸 신인 포수 김민수에 대한 질문에도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김민수는 아프다고 한 이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그걸 놓친 것이다. 투수도 아닌 포수가 공을 던지다 아프다면 어떻게 하나. 아픈 걸 참고 뛰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었다.

9월 확대 엔트리와 함께 1군에서 제3의 포수로 뛰고 있는 김민수는 역대 두 번째로 개막전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쓴 신인이었다. 김 감독이 주전으로 깜짝 발탁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5월20일 목동 넥센전에서 1루 송구 중 옆구리를 다치며 2군으로 내려간 뒤 다시 주전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정범모가 성장하고, 조인성이 트레이드로 가세하며 2군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올 시즌 기회를 제대로 잡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선발 이태양이다. 시즌 초반 구원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후 5월부터 구멍 난 선발진에 들어가 일약 에이스로 도약했다. 이를 발판 삼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고 잘 살린 케이스.

하지만 김 감독은 이태양에게 칭찬보다 채찍을 들었다. 김 감독은 "칭찬을 하면 안주하고 자만하게 될까봐 하지 않게 된다. 이태양도 아직 멀었다. 7승한 것 갖고 잘한다고 할 수 있겠나. 17승은 해야 잘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제 곧 떠나는 노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기회 왔을 때 안주하지 말고 악착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