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90) 화백은 1991년 '미인도'의 진위논란이 불거지자 한국 화단에 염증을 느낀다며 큰딸 이혜선(69)씨가 거주하는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평소 쉽게 접할 수 있기를 원했다. 1998년 작가는 서울시에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기증했다.
당시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고 기증 취지를 밝혔다. 기증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됐다. 이후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문을 열면서 2층에 상설전시실을 마련해 '천경자의 혼'이라는 타이틀로 32점을 전시하고 61점은 수장고에 보관해왔다. 그동안 한두 점이 교체됐으나 전시 타이틀과 구성은 그대로였다.
↑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 드로잉 '아피아시 호텔에서'
↑ '꽃무리 속의 여인'
↑ '자메이카의 여인곡예사'
↑ '여인들'
천 화백의 상설전시실이 12년 만에 전면 교체됐다. 지난 13일 개막한 전시 제목은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 꿈과 환상에서 비롯된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작품에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천 화백의 작품세계를 은유한다.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작품 24점을 새로 걸었고, 천 화백 작업의 기초가 되는 미공개 드로잉도 선보였다.
전시는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환상의 드라마' '드로잉' '자유로운 여자'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작품 보존 때문에 2008년부터 사본이 걸려 있었던 '생태'(1951)를 비롯해 '여인들'(1964) '바다의 찬가'(1965) '황혼의 통곡'(1995) 등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포즈의 여인들을 빠른 선으로 그려낸 드로잉과 '생태'의 스케치 과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뱀 스케치'도 소개된다.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97)와 해외여행지에서 본 이국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자메이카의 여인곡예사'(1989) 같은 작품에서는 작가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여인의 한을 느낄 수 있다. 천 화백은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라고 했다.
'드로잉' 섹션은 채색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천 화백의 색다른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자유로운 여자' 섹션은 다수의 수필집을 출간한 작가의 출판물을 소개하고 책의 일부를 발췌해 그의 삶과 예술관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의 글은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했던 천 화백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창이 되어 준다.
천 화백의 작품은 외부 대여나 배치 등에 대해 큰딸 이씨가 협조하지 않아 기획에는 한계가 있었다. 10년 넘게 같은 작품이 걸려 있어 "지겹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립미술관은 "변천사가 있는 천 화백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작품을 전면 교체했다"며 "작가의 기증 취지를 살려 앞으로도 시민과 소통하는 기획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무료(02-2124-8868).
저작권 문제·천 화백 근황은…
천경자 화백이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큰딸 이혜선씨가 작품관리 대리인이 됐다. 이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시에 작품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기증 작품과 저작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기증 작품의 저작권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서울시는 이씨에게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씨는 두 달 넘게 회신을 보내지 않고 있다.
저작권도 저작권이지만 천 화백의 건강과 생사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6월 천 화백에 대한 대한민국 예술원 수당 지급이 중단된 후 뉴욕 영사관을 통해 천 화백의 거취를 확인하려 했으나 이씨의 완강한 거부로 실패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천 화백의 미국 뉴욕 자택까지 찾아갔으나 거절당했다. 국내 미술계도 이씨와 연락이 닿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다.
이씨는 현재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화가 작은딸과 사위도 천 화백 소식이 궁금해 이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필요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천 화백이 이미 숨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엽기적인 국제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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