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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프로야구 비정규직, 신고선수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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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성공 신화를 꿈꾸는 신고선수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오늘은 어떤 돌직구를 날려주실 건가요?"

[기자 멘트:정진구]

"먼저 질문하나 드릴게요. 장종훈, 박경완, 김현수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네. 연습생, 그러니까 신고선수 출신으로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들 아닌가요?"

[기자 멘트:정진구]

"네 맞습니다. 각 구단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신고선수 출신의 스타들입니다. 신고선수는 정해진 계약기간도 없고, 2400만원이라는 최저연봉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종의 비정규직입니다. 이번 주 심층취재 돌직구에서는 신고선수들의 애환과 그들의 꿈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프로야구의 비정규직, 신고선수는 현재 신생팀 KT를 포함해 10개 구단에 총 204명이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생각보다 상당히 많네요."

네. 고교나 대학 졸업 후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들이 테스트를 통해 신고선수가 되는데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이지만 꿈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그동안 신고선수 성공 신화도 많았잖아요?"

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화의 장종훈 코치입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장종훈 코치 선수 시절에는 신고선수를 연습생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1994년부터 신고선수로 명칭이 바뀌었죠. 장종훈 코치는 연습생 신분으로 1986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에 입단해 결국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만약 연습생, 즉 신고선수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는 야구사에 길이 남을 거포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장종훈, 한화 이글스 코치]

"신고선수 제도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현역 중에도 두산 김현수, NC 이종욱, 넥센 서건창 등이 신고선수라는 눈물 젖은 빵을 씹었던 선수들입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이런 선수들을 보면 신고선수 제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네. SK의 내야수 박인성도 신고선수 제도 덕분에 야구인생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했고, 2012년 테스트를 통과해 현재까지 SK의 신고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퓨처스리그 선수 중에도 기량이 아래인 3군 소속이었는데요.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아~ 2군 아래 3군이 또 있었군요."

네. 하지만 올해는 기량이 몰라보게 향상되면서 퓨처스리그의 주전으로 활약 중입니다.

[인터뷰:박인성, SK 신고선수]

"작년까지만 해도 2년 동안 힘들었습니다. 3군에만 있어서 시합도 많이 못나갔습니다. 올해 기회가 와서 엄청나게 열심히 했습니다. "

경기가 끝나도 훈련은 계속됩니다. 퓨처스리그 팀들의 훈련 양은 정말 많기로 유명합니다.

[인터뷰:박인성, SK 신고선수]

"네. 올해는 훈련이 힘들어요. 그래도 버텨야죠."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시합이 끝나면 좀 쉬어야 될 텐데…실내에서도 훈련을 계속하네요."

지금 시간이 밤 8시 30분인데요. SK 2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남아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인성, SK 신고선수]

"많이 힘들어요. 제 시간이 없어서… 자고 그냥 바로(훈련하러) 나오는 거니까… 그런데 적응돼서 이제 괜찮아요."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저런 생활이 매일 반복되는 거잖아요."

올해는 그나마 퓨처스리그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신고선수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인터뷰:박인성, SK 신고선수]

"신고선수이기 때문에 지명받은 선수보다 기회가 적죠.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그래서 경기 나가면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려고 하죠."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참 열심히 하는 선순데,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네요."

네. 저도 참 안타까웠는데요. 그래도 박인성을 지탱해 주는 것은 바로 꿈과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인성, SK 신고선수]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간절하게 야구를 하고 싶어요."

<2부> 희망의 필수 조건 '권익 보장'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장종훈 코치 말대로 신고선수 제도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박인성 선수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운동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참 아쉽네요."

[기자 멘트:정진구]

"네. 현행 프로야구 신고선수 제도는 앞서 말씀 드렸지만, 구단이 언제든 선수를 내칠 수 있고, 보수도 자율적으로 결정합니다. 신고선수 입장에선 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한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까지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멘트:정진구]

"당연히 구단들 입장에서는 현 제도를 고수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신고선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겠습니다."

신고선수들의 가장 큰 고충은 언제 정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구단이 마음대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으니 일용직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네요."

네. 물론 신고선수가 가능성을 보인다면 6월 1일 이후 정식 선수로 등록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극소수죠.

이제는 정식 등록선수가 돼 1군 무대에 선 LG 채은성은 신고선수 시절 신분상의 불안감으로 인해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뭐죠?"

심리적인 요인으로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하는, 야구선수로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인터뷰:채은성, LG 내야수]

"아무래도 신고선수 상황에서 현역으로 입대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상황이 안 풀린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신고선수의 비애는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네요."

네. 어렵게 프로팀에 들어왔지만, 신인지명을 받고 온 등록 선수에게 밀려 출전 기회조차 잡기 힘든 차별도 존재합니다.

[인터뷰:정훈, 신고선수 출신 롯데 내야수]

"기회가 확실히 적습니다. 기존 지명선수들이 4~5번 받는다면 그 횟수에 반 정도…"

올해 4월까지 신고선수였던 손정훈씨는 결국 선수 생활을 접고 현재 신생팀 KT의 전력분석원이 됐습니다.

손씨는 신고선수들이 퓨처스리그에서 자리 잡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터뷰:손정훈, KT 전력분석원]

"요즘 퓨처스 리그에서도 승패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연봉을 많이 받거나 지명선수들 위주로 시합을 이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점점 신고선수들이 시합에 나가기 힘들지 않을까…"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퓨처스리그까지 승패에 목을 맨다면 신고선수들이 설 곳은 더욱 좁아지겠네요. 그렇다면 구단들이 신고선수를 이렇게 많이 데리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실제로 신고선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요.

팀당 신고선수만 20~30명씩 두는 이유는 싼값에 엔트리 외 선수들을 다수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정리하기도 쉽고, 한두 명이라도 성공하면 남는 장사기 때문이죠.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네요."

네. 그렇다면 구단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전화 인터뷰:프로야구단 관계자]

"기존의 선수는 남아있고, 방출 선수는 적고, (신인 선수는) 많이 뽑아야 하고, 그렇게 65인 엔트리를 넘으니까 지명선수를 신고선수로 전환하는 거죠."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결국 엔트리를 늘리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다른 프로 스포츠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죠?"

네, 프로배구에는 수련선수, K리그에는 번외지명선수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취지는 모두 비슷하지만, 이중 프로배구의 수련선수가 신분보장에 있어서 좀 더 진일보해 있습니다.

계약기간이나 급여를 구단이 임의로 결정하는 신고선수와 달리, 수련선수는 연맹이 최저연봉과 계약 형태를 결정하고 이것을 규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KOVO 경기운영팀장]

"수련선수 제도 개선을 위해 이사회에서 매년 회의를 통해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는 각 구단의 신고 선수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신고선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에도 가입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KBO는 취재진에게 신고선수 처우 개선과 경기 참여 보장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당장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인터뷰: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

"장기적인 계획이지만 1군, 퓨처스리그, 3군 리그를 미국처럼 (단계별로) 운영해야 신고선수들의 연봉이나 신분 보장이 확실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KBO의 이런 대책이 말로만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구단과 KBO는 신고선수 제도를 마치, 선수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신고선수도 팀의 일원인 만큼,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합니다. 최소한의 신분보호 장치, 그리고 정식 등록선수들과의 차별도 없애야 합니다.

[인터뷰:장달영, 변호사]

"최저보수제도의 보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단 마음대로 신고선수를 격하시키게 되면 선수 입장에서는 지위의 불안정, 고용 관계의 불안정을 겪게 됩니다. 이런 것들을 규제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나운서 멘트:손범규]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경기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최소한의 신분 보장 제도가 마련되어야겠군요."

[기자 멘트:정진구]

"사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진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 구단은 신고선수들에게도 프로야구 최저연봉인 2,400만 원을 보장하기도 하고, KT는 야구를 그만둔 신고선수를 구단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신고선수 출신 스타들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만큼 KBO도 신고선수의 처우 개선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아나운서 멘트:홍재경]

"지금은 신고선수이지만 언젠가는 대형선수가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선수들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