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강태민

백삼/이한백 2016. 6. 24. 16:52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강태민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이젠 누구의 말이 옳단 말인가요
붉은 잎 탐스런 모습
아름답다 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제가 꽃인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무엇이 화려한 것이고
무엇이 눈물에 젖지 않는 것이어서
무엇을 아름답다 하시는가요

 

나도 모르게
붉어지는 마음에 수줍어 꽃을 피워도
그것은 눈물이었다 말하지 않으렵니다

 

임의 깨끗한 정성이
꽃은 시들기 원치 않았다는 걸
또한, 말하지 않으려합니다

 

황색 밝은 조명만
꾸며진 공간에 퍽 아름답습니다

 

잘 꾸며진 햇살 아래
따스한 손길이
오히려 포근하다는 걸
이제 다시 한 번 알았습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제가 꽃인 걸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꽃인 줄 모르는 이유로
꽃이 아름답다는 걸 정녕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임의 정성은
꽃이 시들기 원치 않았다는 걸 알지만
꽃은
시들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열 번 알았습니다
꽃은
화병에 갇힌 걸
스무 번 넘게 알았습니다

 

꽃인 줄 모르는 이유로
꽃이 아름다운 걸
차마
알리지 못했습니다

 

붉은 잎 탐스런 모습
아름답다 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제가 꽃인 줄
정녕 모르고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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