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123석>새누리 122석… 제1당 더민주에
영ㆍ호남 지역주의 무너지고 16년 만에 여소야대
4ㆍ13 총선 결과는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14일 새벽 6시 45분 현재 개표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이고 제1당의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게 ‘이대론 안 된다’는 경고를 표로 보낸 결과다. 이로써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열리게 됐다. 국민은 ‘새누리당은 영남’,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란 지역주의도 무너뜨렸다.
이날 새벽 개표율 99.9%를 기준으로 여야 정당의 의석 수(총 300석)는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집계됐다. 지역구(총 253석) 중에서도 더민주는 110석을 얻어 새누리당(105석)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으로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인 역풍 속에서 치른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전날 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국민들은 엄청난 실망과 질책을 하고 있는데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총선 결과와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참패를 인정했다.
전국 각 지역 가운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성적은 가장 처참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던 ‘강남벨트’에, 접경지 ‘안보벨트’ 지역까지 더민주에 내줬다. 서울 강남을과 송파 을ㆍ병에서 모두 더민주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됐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렀던 경기 성남 분당 갑ㆍ을, 14대 총선 이후 야권에 내준 적이 없던 서울 양천갑에서도 모두 패했다. 안보벨트 지역 중 하나인 경기 파주을도 더민주에 뚫렸다.
부산에서도 18개 지역구 중 5곳은 더민주, 1곳은 무소속이 가져갔다. 야권 분열로 인한 일여다야 구도상 “아무리 못해도 과반은 가능하다”던 여권의 물밑 전망과는 상반된 결과다. 여권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며 “당에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노선 개혁 바람 등 격랑이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하며 서울을 확실한 ‘야도(野都)’로 만들었다. 더불어 ‘낙동강 벨트’를 포함해 부산에서 대승을 거뒀고 불모지였던 강원에서도 1석(원주을)을 확보하는 등 선전해 전국 정당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줘 ‘표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훌쩍 넘겨 제3당으로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통해 원내에 제3의 교섭단체가 구성되는 건 1996년 15대 총선 때 자유민주연합이후 20년 만이다. 지역구에서 호남을 휩쓸고 정당투표에서도 더민주 못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국민의당은 ‘호남당’이라는 한계는 벗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수도권에선 새누리당을, 호남에선 더민주를 당선시키지 않으려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달려가 ‘분노의 투표’를 한 결과”란 해석이 나왔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기존의 양당 체제에 ‘노(No)’를 선언한 ‘저항의 표심’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며 “유권자들이 이제는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 또한 인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당을 앞세워 일방독주 식 국정 운영을 해온 박 대통령에게도 경고등이 켜졌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외과)는 “법안 처리나 당내 공천과정 등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독주를 유권자들이 심판했다”며 “기존과 달리 국회를 설득과 공조의 대상으로 보고 관계를 재설정하지 않는다면 민심은 더욱 급속히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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