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천문학】- 2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 384-322, BC)는 정신적 측면이 강한 플라톤학파의 근본 사상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했는데, ‘물질계는 실제 세계를 아주 조야(粗野)하게 표현할 뿐이고, 실제 세계는 사실 실재성이 없는 추상적(抽象的) 사고의 영역’이라는 플라톤의 주장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은 현상(現象)들이 모두 실재적(實在的)이고 현실적(現實的)인 것들로 간주되었다.
플라톤에게는 실재적인 것들이 물질계 너머 존재하는 추상적 대상이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실재적인 것들이 바로 물질적인 것들이며 당장 현존(現存)해야만 했던 것들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성들이 박혀 있는 천구(天球)가 지구를 중심으로 여러 겹으로 포개어져 완벽한 구형 궤도를 이루며 일정한 속도로 영원히 회전한다’는 준칙(準則)을 후대 천문학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런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천상계에 대하여』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이 되고 있는데, 특히 그는 우주 안에 포함된 모든 자연 세계의 운동들은 영원해야 하고, 그 운동들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은 운동하지 않으면서 영원한 운동을 낳는 것’, 즉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 )’가 반드시 존재해야 함을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사상은 비단 천문학뿐만이 아니라, 기독교 교리와 결탁하여 17세기까지 모든 학문의 연구 과정에서 정합성을 논하는 기준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향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다룰 때,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임)
히파르쿠스(Hipparchus : 190-120, BC)는 실용적인 목적에 중점을 두고 천체 관측을 했던 바빌로니아(Babylonia)인들의 천문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그 결과를 보다 세련된 학문으로 발전시킨 그리스 천문학자다.
히파르쿠스는 행성들의 역행(逆行-행성들이 공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나왔던 경로를 일정 기간 다시 거꾸로 돌아갔다가 원래 다시 진행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주전원(周轉園)’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했다.
주전원이 도입됨으로써 행성들의 역행현상 뿐만 아니라, 지구와 행성들의 상대적인 거리에 따른 행성들의 밝기 변화를 설명하는 것도 종전보다 훨씬 더 용이해졌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공통요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각각의 여러 학파들이 우주 모형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두었다는 것' 말고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標準-standard)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갖다 놓았다'는 것 말고는 공유할 수 있는 계통적 표준이 없었기 때문에, 각자 형이상학적 요소들을 마음대로 끌어들여 저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듯 천상계(天上界)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실험과 관찰에 있어서도 확실한 신뢰를 제공할 만큼의 공약(公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방법의 선택도 상당히 자유롭고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그룹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천체들의 운동 원리를 저마다 달리 해석하고 그것을 끝까지 견지함으로써 후대 천문학자들에게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지구중심설(地球中心說) 모델을 넘겨주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 체계화가 이루어진 시스템의 구축은 프톨레마이오스가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되었다.
출처 -『우리가 잘 몰랐던 천문학 이야기』 임진용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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