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파리 테러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편지가 전 세계를 울렸다. 그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7일 현재 10만 회 이상 공유되면서 ‘테러에 증오로 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파리 테러로 아내 잃은 남편
IS에게 보낸 단호한 메시지
내 이웃을 불신하게 하고
자유가 희생되길 원했다면
당신들은 틀렸다
나는 17개월 아들과 함께
행복하고 자유롭게 삶으로써
당신들을 괴롭힐 것이다
프랑스 지역방송국 ‘프랑스 블루’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의 아내 엘렌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17개월 된 아들의 엄마였던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레리의 편지는 아내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범들에게 쓴 것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지난 금요일 밤. 당신들은 너무도 특별했던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내 인생의 사랑, 그리고 내 아들의 어머니였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당신들은 결코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레리는 “당신들은 내 분노와 미움을 간절히 얻고 싶겠지만, 증오로 답하는 건 당신들을 그런 인간으로 만든 무지함과 다를 것이 없다”며 “겁에 질려 내 이웃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내 안위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길 바랄 테지만 당신들은 틀렸다. 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겠다”고 적었다.
레리는 테러범들에게 “아내의 모습은 금요일 외출을 나갈 때처럼, 12년 전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아름다웠다”며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당신들은 작은 승리를 거뒀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날마다 우리와 함께할 것을, 당신들이 절대로 가지 못할 자유로운 영혼의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난 알고 있다”고 썼다.
그는 “난 더 이상 당신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난 지금 막 낮잠에서 깬, 갓 17개월 된 내 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아들은 매일 그랬던 것처럼 밥을 먹을 것이고, 우리는 언제나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이 작은 아이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삶으로써 당신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내 아들의 증오도 절대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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