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민의(民意)의 전당인 이곳 하원에 모인 우리는 이 나라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8일(현지 시각)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로 확정된 폴 라이언(45)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원의장 후보 지명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이 패기 넘치는 40대 정치인의 모습에선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라이언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후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서 일찌감치 공화당 차세대 주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29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의장으로 공식 선출되면, 미국에선 1891년 46세 나이로 하원의장이 된 찰스 프레더릭 크리스프 이래 12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지구촌 정치권에 '40대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188㎝ 키에 훤칠한 외모로 유명세를 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대표가 총선에 승리,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며 43세에 총리직에 오를 예정이다. 남미 과테말라에선 코미디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지미 모랄레스(46) 국민통합전선(FCN)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40대 리더가 가장 많은 곳은 유럽이다. 작년 이탈리아에선 마테오 렌치(40) 현 총리가 무솔리니 이후 최연소인 39세 나이로 총리직에 올랐다. 올해 최연소 대통령(43세)을 배출한 폴란드를 비롯해 루마니아, 체코, 크로아티아 등 동구권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40대 총리가 배출됐다.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현 총리도 40대다. 16세에 정당에 입당해 18세에 지방의원, 38세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샤를 미셸(39) 벨기에 총리도 올해 12월 40세가 된다.
세계적으로 40대 정치인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복지 혜택이 줄면서 정권 교체 요구가 커졌다"며 "기존 정치인들에게 실망을 느낀 국민 사이에서 젊고 유능한 인물을 뽑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선거 운동의 중심이 가두(街頭) 캠페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다는 점도 젊은 정치인의 등장을 도왔다. 뉴욕타임스는 "SNS를 기반으로 한 선거운동이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젊은 정치인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0대 리더들은 과감한 정책과 추진력으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2010년 당시 44세에 영국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은 GDP(국내총생산)의 11.3%였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쳤다. 반발이 컸지만, "긴축만이 영국이 살길이다"라며 자신의 뜻을 밀어붙였다. 그는 재임 기간 재정 적자를 5.3%로 줄였고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41세인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는 올해 유럽 경제에 가장 커다란 혼란을 일으킨 인물로 꼽힌다. 취임 직전부터 반(反)긴축 재정을 옹호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고 불렸던 그는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채권단의 거센 압력에도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리스 경제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고갔다.
40대 정치인들은 사생활 측면에서도 기존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나이에 워싱턴 정가의 '넘버3'로 떠오른 라이언 의원은 "10세, 12세, 13세인 어린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그동안 하원의장직 제안을 고사해 왔다. 공화당 의장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고 못 박았다. 오바마·힐러리·시진핑 등이 즐겨 본다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속 노회한 정치인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총리가 되기 직전까지 자동차 대신 배기량 650㏄인 BMW 오토바이를 '애마'로 애용했고, '몸짱' 트뤼도 총리는 복싱 경기장에서 웃통을 벗고 팔뚝의 까마귀 모양 문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성애자인 그자비에 베텔 총리는 재임 기간인 올해 5월 동성 애인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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