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목동 아이돌' 김민성의 진짜 사나이

백삼/이한백 2015. 9. 14. 18:17

넥센의 내야수 김민성(27)이 진정한 사나이가 됐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앳된 외모로 소녀팬들의 '오빠'로 불렸던 김민성은 지난해부터 다부진 체격과 진지한 플레이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김민성은 롯데 시절 '사직 아이돌'로 꼽혔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관심을 받았던 김민성은 당시 선배들에게 자주 볼을 꼬집히기도 했습니다. 2010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이돌'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김민성이 상남자가 됐습니다. 장난기가 뭍어났던 그의 얼굴은 진지함으로 바뀌었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거포를 연상케 하는 몸을 만들었습니다. 말투도 툭툭 내뱉지 않고 강하고 간결하게 꼭 필요한 말만 합니다.

그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가끔 낯선 선수의 향기(?)를 맡아 김민성이 아닌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도 받았었습니다.

팬들에게 "김민성이 변했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활발했던 그가 갑자기 차가운 남자로 변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였습니다.

<김민성이 변했습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바뀌었습니다. 오로지 진지한 야구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하지만 김민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매너와 자상함은 여전하다고 느꼈습니다. 김민성이 도도해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현재 진행형인 야구 때문이었습니다.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

김민성은 올해 프로 데뷔 9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김민성은 팀의 중고참다운 의젓한 모습으로 승리의 발판을 만듭니다. 그가 있는 곳에는 밝은 기운이 넘쳐나 야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김민성의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이유도 그의 자상하면서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성격 덕분일 것입니다. 후배들은 말할 것도 없이 김민성에게 의지하고 조언을 구합니다. 때론 선배들도 김민성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선수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떠올린 김민성은 "1군 백업선수일 때부터 형들과 룸메이트를 하며 자주 만나니까 편해졌어요. 반면 후배들에게는 먼저 다가가지 않고 과묵한 성격이에요. 하지만 필요한 건 많이 챙겨주려고 해요. 어려울 땐 대화로써 함께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요"라고 말했습니다.

2014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인천공항에서 넥센 선수단을 만났을 때 김하성이 기자에게 "(김)민성이형이 저에게 배트를 선물해줬어요. 형이 제 룸메이트여서 정말 좋아요. 많은 걸 배워올 것 같아요"라며 자랑을 했습니다.

지난 겨울 병원에 입원했던 오재영 역시 병문안을 왔던 첫 번째 면회객으로 김민성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같은 오피스텔에서 지내며 아랫집, 윗집으로 왕래도 잦아 사생활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합니다.

김민성을 만인의 연인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바로 진심입니다. 김민성은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아요"라며 "농담이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들의 대화에서도 주의해야할 점은 분명 있었습니다. 김민성은 "만약 내 것이 아니라면 말을 아껴야 해요. 대상에 대해 알아야 조언도 해줄 수 있는 거예요. 야구를 할 때도 확신이 있을 때 실행하는 것과 같아요.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돼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 동료들과 웃고 장난치는 김민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게임을 하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 친근해 보입니다. 그러나 경기에 돌입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모드로 돌변하는 김민성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

진지한 야구를 위해... 오해는 No!

평소 웃음이 많고 애교 넘치는 김민성이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180도 다른 진지남으로 돌변합니다. 때문에 야구장에서만 마주하는 팬들은 그의 무표정이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민성은 "1:1로 있을 땐 얼마든지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경기 중에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요. 어쩌면 이기적인 면일 수도 있지만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플레이를 하게 되면 예민해지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조건 나에게 엄해야 한다"라는 김민성은 매 경기 결과를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민성은 "만약 성적이 안 좋으면 누구 책임이에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모두 제 책임이에요. 자칫 잡생각에 휘둘리게 되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나부터 똑바로 야구를 해야 선후배의 중간 역할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나부터 안 챙기면 아무도 챙길 수 없어요. 저 자신도 못 챙기면서 후배를 챙긴다는 건 말도 안돼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성은 모든 일에 있어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좋은 생각을 하며 정신을 무장하는 김민성 덕분에 그와 함께 있으면 덩달아 유쾌해지는 기분입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겉과 속이 다른 남자

김민성은 올 시즌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70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두산전에서는 오현택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뜨리며 한 시즌 개인 최다홈런인 16번째 대포를 가동했습니다.

연봉 2억원. 2014년 억대연봉 대열에 합류한 김민성이지만,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고 했습니다. "야구를 잘 하고 싶다"라고 운을 띄운 김민성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민성은 "매년 크게 좋아지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이전에 했던 야구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사뭇 진지해진 김민성은 "그라운드에서는 뻔뻔해져야 돼요. 착한 것과는 다른 거죠. 만약 실수를 했으면 겉으로는 'OK'이지만 속으로는 'No'를 외쳐야 돼요. 주위에서 '괜찮다'라는 말을 듣거나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순간 울컥할 때도 있어요. 때문에 저에게는 무조건 엄해야 돼요. 저까지 제 자신에게 '괜찮다'라며 너그러워져서는 안돼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야구선수는 제 직업이에요. 때문에 팬들의 질책도 달갑게 받아 들여야 하죠. 또한 야구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싫고 좋은 티를 내서는 안돼요. 만약 팀 동료가 실수했을 땐 그를 격려할 줄 알아야 돼요. 이렇게 우린 한 팀이 되는 것이죠"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프로 9년 차인 김민성은 팀 내 중고참입니다. 김민성은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똑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민성은 동료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협심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진정한 동료애, 성공의 동반자

김민성은 발목부상으로 2군에 잠시 내려갔다왔습니다. 당시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 파크에서 만났던 김민성은 1군에서 만났을 때보다 과묵했습니다.

화성에서 지낸 10일 동안 김민성은 퓨처스리그 동료들을 보며 깨우침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민성은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이 자리에 감사함을 느꼈어요"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민성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1군 무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김민성은 "얼굴을 볼 기회가 자주 없어요. 이곳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어요. 후배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약속했습니다.

2군에서의 생활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반가운 얼굴이 보이더라도 팬들의 사인 요청이 있더라도 자만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는 후배 선수들을 꼼꼼하게 챙긴 그만의 배려였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도 안타를 때려낸 김민성은 "제가 안일하게 행동하면 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솔선수범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가 언제나 1군에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뭐 잘 났다고 으스대겠어요. 저도 꾸준히 노력하면서 계속 성장하려고 달리고 있어요"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습니다.

<현재 넥센은 3위. 5위 롯데와 10경기 차로 벌려놨기에 가을야구까지 조금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민성은 "한 경기를 이길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느껴요. 상위권에 있으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사진=MK스포츠 DB>

김민성이 생각하는 성공은 '주목받는 야구를 하는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야구는 함께 하는 스포츠이기에 동료를 받쳐줬을 때 더 빛이 발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적이 좋아도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김민성은 이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분석하고 연구합니다.

"자신이 목표하고 계획한 것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대로 이뤄나가는 것. 잘 되든 못 되든 내가 짊어진 책임에 대해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사람" 김민성이 생각하는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