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아노프 알렉 씨가 찍은 문수물놀이장 모습
우연히 발견한 한 러시아인의 블로그. 그 블로그 안에는 한국소식부터 북한소식까지 다양하게 담겨있었다.
블로그의 주인은 키리아노프 알렉(Кирьянов Олег Владимирович)씨.
그는 블로그에서 자신을 종합일간지 <러시스카야 가제타(Российская газета)>의 동아시아 특파원이라고 소개했다.
블로그에 북한 사진들을 가득 담아놓은 그는 올해 4월에 북한의 초청을 받고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방북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특파원으로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어땠을까?
NK투데이는 6월 4일 오후 안국역의 한 카페에서 알렉 씨를 만나 방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알렉 씨는 최근 북한의 변화와 러시아의 시각에서 바라본 남북문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를 사용했으며 유머감각까지 풍부했다. 덕분에 그와의 인터뷰는 아주 유쾌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2회에 걸쳐 담는다. 인터뷰는 문경환 기자, 김혜민 기자가 함께 진행하였다.
(1편에 이어)
문경환 : 북한에 자동차가 많아졌다고 하는데...
알렉 : 북한에 자동차가 많아졌습니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러시아 차도 있고 평화자동차도 많이 있었습니다.
평화자동차에 대해 남북합작이라는 것은 알지만, 북한 사람들은 (합작한 회사가) 통일교라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차에 관심이 많아서 평화자동차 공장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갔습니다.
자동차 가격을 물어보니 12,000달러, 14,000달러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문경환 : 1,200만원?(12,000달러는 한국돈으로 약 1,200만원) 한국과 비슷한데요?
알렉 : 비슷하기보다는 더 비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있다는 것은 (그 가격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경환 : 거기서도 카드를 사용하나요?
알렉 : 북한에서도 직불카드를 사용합니다. 호텔, 레스토랑 같은데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진도 찍어 왔습니다.
문경환 : 그곳에 가셔서 휴대폰을 사용하셨습니까?
알렉 : 휴대폰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필요했다면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휴대폰을 굉장히 많이 씁니다. 평양뿐만 아니라 남포, 신의주 같은데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북한에서 제작한 아리랑 휴대폰도 있고, 플립형도 있습니다.
신의주 갔더니 젊은 여자들이 많이 씁니다. 한국처럼 시간만 되면 다들 핸드폰만 하고 있습니다. (웃음)
김혜민 : 혹시 거기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나누어보셨나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설이라든가...
알렉 : 굳이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민감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진짜 죽었나, 북한에서는 위대한 수령님 이런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았습니다.
김혜민 : 방북하셨을 때 기존에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알렉 : 저는 91년부터 한반도에 관련된 문제를 계속 다루어 왔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생각보다 통제가 없었습니다. 마음대로 사진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지우라는 것도 없었고요.
다만 라진에서는 사진을 얼마 못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러시아 대표단, 한국 대표단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한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평양은 생각보다 멋있는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도 많고 거리도 넓고 모스크바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고려항공 탔을 때도 재미있었고, 순안비행장(공항)에 가서도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문경환 : 순안공항 재건축한 부분은 지금 이용가능한가요?
알렉 : 아니요. 8월부터 이용가능하다고 합니다. 안내원이 그때 꼭 오라고 했습니다.
김혜민 : 북한에 나무가 별로 없다고 하는데요, 직접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알렉 : 시골 말씀이시죠? 북한도 나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죠.
김정은 제1위원장도 나무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묘향산에 가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서는 나무는 없습니다.
김혜민 : 농업은 어떤가요?
알렉 : 금년에는 비가 너무 안와서 농사가 어렵다 이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
가뭄 때문에 수력발전소가 잘 안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으니깐 어렵다고 합니다.
전력문제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김혜민 : 북한에서 자연에너지를 많이 쓴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알렉 : 태양광에너지를 씁니다. 집에 설치하는 것이 100불이라고 합니다. 자기 아파트에 설치해두고 했습니다. 라진, 신의주, 평양에서도 봤습니다.
문경환 : 주제를 바꿀게요. 알렉씨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알렉 : 제가 보기에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민족이 남북으로 나뉘어서..
러시아 사람으로서 러시아가 두 개로 나눠지는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다른 쪽 사람들이 궁금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문경환 : 그렇다면 통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알렉 : 한국의 연구원, 대학 교수님들 등 전문가들이 나름의 방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북한이 통일을 하려면 외국의 간섭을 안 받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에서 교황을 선출할 때(콘클라베) 교황 뽑을 때까지 못나오게 하지 않습니까?
통일을 하려면 남한 사람들, 북한 사람들이 방에 들어가서 해결이 될 때까지 밖에서 문을 잠그고 (웃음) 못 나오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념 차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지금 이렇게 북한에 대한 소식을 외국인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민족에게 비극이죠.
라진에 갔더니 라진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 어디에 있다 정도로만 알지 실제 체감도가 대단히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진 사람들에게 친숙한 나라는 오히려 중국입니다.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중국에 많이 가니까요.
그들에게 남한 사람들은 그저 ‘우연히’ 똑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문경환 : 많이 만나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잘 알겠습니다.
참, 제가 기자님 프로필을 보니 북한-중국 관계론 논문을 쓰셨다고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작년부터 중국이랑 북한이 관계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실제 보실 때 어떠셨습니까?
알렉 : 제가 북한에 갔을 때 북한 외무성도 만났었고 대외교류위원회, 문화교류위원회 등도 만나고 했는데, 적어도 저에게는 관계가 좋다고 했습니다. 러시아, 중국은 제1동맹국이라고 하더군요.
문경환 : 그렇군요. 최근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어떤 원인으로 이렇게 갑자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알렉 : 최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러시아는 아시아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뿐만 아니라 싱가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체와도 매우 적극적으로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948년부터 북한과 관계가 있습니다. 역사는 굉장히 깊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어를 잘 하는 사람들도 많고, 러시아 외교관들도 북한에 근무를 많이 했었죠. 김일성종합대학 나온 사람들도 많고.
2000년대 들어서서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 관계가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은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와 한국이 90년대 수교를 했을 때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문경환 : 네. 그렇군요. 국내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의 산업시설들이 옛날 구 소련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 진 것이 많다면서 북한은 현재 러시아 지원 없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알렉 : 제가 딱히 공장 등을 못 둘러 보았습니다.
라진의 승리석유화학공장이 소련 설비들의 지원을 받았고 소련 전문가들이 와서 지은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쪽 설비는 벌써 몇십년 되었으니까... (지금 어떤지는) 러시아 사람들도 모릅니다.
컴퓨터도 보십시오. 20년이 지나면 돌아가나 돌아가지 않나 그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어떤 설비들은 있었던 것을 없애고 새로 건설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고 어떤 것은 현대화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문경환 : 얼마 전 5월 24일에 세계 유명 여성운동가들이 세계여성평화행진이란 걸 만들어서 평양에 갔다가 DMZ 넘어서 한국에 들어왔었는데요.
그들이 그 과정에서 제일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알렉 : 정전협정보다 평화협정이 어느 나라 관계든 간에 좋지 않겠습니까?
저는 비무장지대를 남쪽에서 5-6번, 북쪽에서 1번 다녀왔습니다.
제일 많은 사람들이 지키는 국경은 DMZ일 것입니다.
지뢰만 해도 200만개가 있으니까요. 250km밖에 안되는 곳에요. 게다가 비가 많이 올 때에는 지뢰가 떠내려가거나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
지뢰가 어딨는지 잘 모르다보니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화협정이 필요합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이곳은 전쟁상태이지 않습니까?
러시아에는 “나쁜 대화가 좋은 싸움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평화가 좋죠. 어느 나라든 (평화협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양쪽이 평화협정 조건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경환 : 평화협정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일단 현재 북한과 미국은 군사적 대치상태입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 경제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북미간의 협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알렉 : 평화협정이라는 것이 무조건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도 다른 나라들과 평화적 관계인데 그렇다고 해서 꼭 동맹은 아닙니다.
국제법상으로 정전협정은 유엔, 중국, 북한 이렇게 참가했습니다. 한국은 이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유엔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미국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유엔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동맹으로 갈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건 훨씬 더 높은 단계입니다.
평화협정이라는 것이 동맹국을 맺는 것과 다르죠. 즉 평화협정 체결이 바로 동맹국을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전쟁상태를 끝내는 것이죠.
지금 당면해서는 전쟁상태를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경환 : 현재 남북 정부사이에 대화가 잘 안되고 있거든요. 정부간의 대화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알렉 : 제가 보기에는 한국의 정치 제도를 보면 장기적으로 계획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바뀝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임기는 한번밖에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한 대통령이 5년 동안 추진하다가 다른 대통령으로 바뀌면 대북정책도 완전히 바뀌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보기에 남북이 계속 그렇게 있을수록 북한의 경제의존도가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이 중국과 정치적으로 관계가 나빠졌을 수도 있지만, 70%이상의 무역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갈수록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 때문에 통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남북경제협력을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단둥에 갔을 때 원래 북한과 무역을 하던 한국 사업가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5.24조치를 바꿔야 한다, 완화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남한이랑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사기를 많이 친답니다.(웃음) 물론 한국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훨씬 적다라고 이야기합니다.
5.24조치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으니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경환 : 러시아의 제 2차 세계 대전 전승기념일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방북한다고 했는데, 실제 성사되지 못했죠. 러시아 측에서 서운해하지 않았나요?
알렉 : 러시아, 북한에서 모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오보였습니다.
문경환 : 그런가요? 러시아에서도 그렇게 보도했던 것으로 아는데...
알렉 :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그래서 서운하고 말고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운했다면 한국에게 서운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문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1명이 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국회의원 300명 중에 1명에 불과합니다.
알렉씨가 찍은 북한주민들이 노는 모습
NK투데이는 알렉씨가 북한에서 직접 찍은 사진 수천장과 동영상 10여개를 직접 받을 수 있었다.
알렉씨는 다음에 또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만약에 알렉씨가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또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해주신 알렉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정리 :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