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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익명서베이] 야구인들 "빈볼 사태, 김성근 감독 책임 크다"

백삼/이한백 2015. 4. 14. 11:24

"2번 연속 빈볼이 나온 상황은 분명 심했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사이의 빈볼 논란으로 야구판이 시끄럽다. 12일 부산에서 열린 양팀의 맞대결에서 롯데 황재균이 2번 연속 사구를 맞고 양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황재균이 1회 큰 점수차에 도루를 한 것이 한화의 심기를 건드렸고, 빈볼을 맞힌 한화 투수 이동걸은 시즌 첫 퇴장 조치를 받았다. 롯데 이종운 감독이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다치면 2배로 갚아주겠다"라는 직격탄을 한화 김성근 감독을 향해 날렸다. 팬들은 김 감독이 사구를 지시했다며 엄청난 질타를 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김 감독은 "내가 지시하지 않았다"라며 한 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이 빈볼 사태는 누구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스포츠조선이 긴급 익명서베이를 실시했다. 해당구단인 한화와 롯데를 제외한 8개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각 3명씩, 총 24명에게 이 사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직접 물었다. 선수 7명, 코칭스태프 6명, 프런트 11명이 답을 했다. 이 사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2번 연속 빈볼은 문제...누가 지시했든 감독 책임 

처음부터 확실한 질문을 던졌다.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였다. 양팀 사령탑을 포함해 빈볼을 던진 투수 이동걸, 사구를 유발했다고 볼 수 있는 황재균도 보기에 포함됐다.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24명 중 13명이 '김성근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라고 답했다. A 코칭스태프는 "2번 연속 빈볼은 심했다. 1회 도루를 했다고 빈볼을 던진 것도 이해가 안된다. 경기 초반 아닌가. 점수차가 좁혀지기를 일부러 기다렸다 도루를 해야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B 프런트 역시 "사인을 훔치거나, 아주 매너없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신경질을 부린 것밖에 안된다"라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C 코칭스태프와 D 프런트는 "김성근 감독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인지 어느정도 예측이 된다"라는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 코칭스태프는 "이동걸의 빈볼 상황은 덕아웃 지시 없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만약, 고참 선수가 지시했다면 보통 1개의 빈볼, 위협구로 끝이 난다. 3개 연속 던진 건 분명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했다. F 선수도 "2개 연속 볼이 들어가고 3번째 빈볼이 나왔다면 100% 덕아웃 지시"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김 감독이 사구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또, "누가 지시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감독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감독이 충분히 제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많은 현장 인원들이 "김 감독이 직접 지시를 했든, 다른 사람이 했든 감독이 책임을 져야한다. 감독은 그러라고 있는 자리"라고 했다.  

한편, 황재균이 잘못했다는 의견도 4표가 나왔다. G 프런트는 "황재균의 도루가 팀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개인 기록을 챙기기 위한 도루로 느껴졌다. 내가 한화 관계자여도 화가 났을 것 같다"라고 했다. 투수인 H 선수 역시 "투수 입장에서 보면 상대를 도발하는 도루였다. 아무리 타고투저 시대여도 1회 7점이 났는데…"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종운 감독과 이동걸의 책임이 큰 문제라는 답은 단 한 표도 없었다. 이 외 기타 의견이 7표가 나왔다. "누가 지시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정 개인이 아닌 과열된 경기 분위기가 만들어낸 참극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수습하기 어려운 난제...서로 사과하면 좋을텐데 

두 번째 질문은 해결책에 관한 것이었다. 결코 반길만한 이슈가 아니다. 하루 빨리 사태 수습이 되는게 야구판 전체를 위해 좋다. 누가 먼저 나서야 이 문제가 빠른 시간 안에 수습될 수 있을까이다. 별 일이 아니기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보기와 함께 야구 후배인 이 감독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원로인 김 감독이 먼저 나서야 한다라는 보기를 제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징계를 내려야 한다라는 보기도 포함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사고가 일어났지만 누가 먼저 사과하고 나서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답이 9표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다. "빈볼도 경기의 일부다. 굳이 이 문제를 다시 확대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I 선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향후 이 문제로 또 보복하고 갈등이 악화되면 진짜 싸우자는 것밖에 안된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J 선수는 "선수 당사자들끼리는 개인적으로 사과를 주고받았을 일"이라고 하며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게 더 중요해 보인다. 갈등의 원인이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야구 경기가 속개되면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라는 현실론도 있었다.

비난의 중심에 선 김 감독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4표가 나왔다. K 프런트는 "김 감독이 언론을 향해 말하는 것은 변명밖에 안된다"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L 프런트는 "김 감독이 이동걸과 함께 사과를 하는 액션 정도를 취하면 괜찮아질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후배이니 먼저 나서는게 맞다라는 의견도 1표가 있었다. KBO의 공식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2표가 나왔다. 선수생명,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기에 없는 다양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M 선수는 "양쪽 감독님들이 서로에게 사과할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있다. 황재균과 이동걸만 직접 화해를 하면 될 것 같은데"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N 선수도 "특정인의 잘못을 지적할 수 없다. 서로 사과하고 풀면 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