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역사

이순신의 육식

백삼/이한백 2015. 1. 10. 10:26

겨우 13척으로 왜적 함대 133척을 물리친 이순신은 공교롭게도 명량대첩 이후 급속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한양으로 올라가 선조에게 받은 고문 후유증에 어머니 죽음까지 겹쳐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쟁 중이라 삼년상을 치를 수 없던 그는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면서 소식(小食)하며 육식을 멀리했다. 일부러 소식을 했다기보다는 제대로 음식을 소화시키기 어려웠던 것이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니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심지어 배에 오르기만 하면 멀미까지 했다. 조선 최고 수군 장수가 배에서 멀미를 하고 어지럼증으로 고생한다는 소문에 이순신 수하에 있는 병사들도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이순신을 존경하는 장수들은 체력 회복을 전제로 그에게 육식을 권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이런 충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계속 육식을 거부하자 급기야 선조 임금까지 나서서 "왜군과 치르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한다"며 명령하기에 이른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선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공을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조는 명량대첩 한 달 뒤에 명나라에서 파견된 경략조선군무사 양호(楊鎬)를 만나 "겨우 사소한 승리를 한 이순신에게 왜 상으로 은(銀)까지 주느냐"고 불평하며 기적 같은 승리를 `사소한 승리`로 폄하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자신이 시행한 고문 때문에 이순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게 됐다고 판단하자 이를 덮으려고 모친상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고기를 먹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결국 이순신은 임금의 명으로 고기를 먹긴 했지만 건강 상태가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는 목숨을 걸고 몇 차례 전투에서 승리를 더 거둔 후 임진왜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이순신 생애를 돌아보면서 무능했던 선조의 정치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부디 이 땅의 지도자들은 선조처럼 자기 실수와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본인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