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윤동주의 병원

백삼/이한백 2014. 6. 9. 10:02

윤동주의 병원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이 시가 쓰였을 무렵의 시대상으로는 의사도 모르는 젊은이의 병과
여자의 가슴앓이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대에는 이 시가 보통 사람들에 대한
위로이자 치유와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철저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그런 서로에 대한 치유는 곧 '공감'이 아닐까요.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보는 그런 공감을 통한 위로 말입니다.




윤동주의 섬세한 글과 마음이 참 좋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과 마음입니다.




지나가던한인
이 시는 처음 봐요 ... 어떤 상황에 쓰여진 시인지도 궁금하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2.107    

의대생
/일제강점기 쓰였고, 윤동주의 삶을 비추어 보면
일제강점의 염증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봄이 적당할 것 같아요.
병원이라는 일제치하의 폐쇄적인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치유해나가는 방식을
참 쓸쓸하고 마음 아프게 그렸어요.
하지만 금잔화라는 희망적인 매개도 있는 것 같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