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라멘의 본고장 규슈에서 만났다

백삼/이한백 2014. 5. 20. 00:38

라멘의 본고장 규슈에서 만났다!

수상합니다. 일본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비주얼의 음식은 처음 봅니다. 또한 큐슈여행을 수십번 다닌 지인도, 큐슈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도 처음본다고 하니 수상한 라멘에 틀림 없습니다.

한국이 원조지만 만주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와 벳부만의 스타일로 정착했다는 벳부냉면!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고 오이타 B급 구루메 no.1 결정전에 출연했다는 매운라멘!
그리고 바삭하게 튀긴 면에 걸죽한 해산물 소스를 부어먹는 사라우동까지!

오늘은 특별한 면요리를 함께 먹으러 벳부로 여행을 떠나 보겠습니다!

1. 수상한 매운라멘

오이타 B급 구루메 no.1 결정전에 출연한 곳?

지인과 함께 벳부의 밤거리를 걷다가 재미있는 간판을 발견합니다. 가게 이름은 매운라멘을 뜻하는 카라멘야인데 오이타 B급 구르메 넘버원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B급 구르메라고 하면 A급(고급 브랜드 음식)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만들어, 일상에서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일컫는 말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떡볶이, 호떡 같은 것들이 B급 구르메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흔하지 않은 '매운 음식'으로 B급 구르메 결정전에 출연했다니? 간판부터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테이블 두 개뿐인 이 조그만 가게에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가게 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메뉴판이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우리나라 한자 매울 신(辛)자와 똑같은 글씨가 잔뜩 메뉴판을 채우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앞에 없을 무(無), 작을 소(小)같은 글씨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아, 맵기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울 수록 가격이 비싸다니 이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에서 매운 음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맵기 강도 0과 25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주인 아저씨께서는 과거에 한국 남성이 찾아와 맵기 25도를 먹고서 맛있었다고 했다며 매운 것을 잘 먹는 제게는 15도를 추천해줍니다.

음식을 만드는 아저씨께 라멘의 주 메뉴가 뭔지 여쭈어 보니 수상한 봉지를 가져옵니다. 뭉클한 것이 뭔가 했더니 바로 냉동시킨 닭고기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닭고기 소비량 1위를 자랑하는 오이타현이기에 어딜 가든 닭 요리가 많은데요, 이곳 역시 닭고기를 이용한 라멘인가 봅니다. 기대만발!

드디어 나온 맵기 15도 라멘

얼굴보다 큰 한 사발이 푸짐하게 나온 라멘은 생각지 못한 고춧가루 비주얼에 "스고이(대단하다)"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공격적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그다지 접해보지 못했기에, 조금 걱정은 되더라고요. '15도 강도'가 이 정도인데, '25도'는 대체 어떤 비주얼일지.

어디 한번 죽어봐라! 하며 맵기만 하면 어쩌나,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한 입 조심스레 먹어 봅니다.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혀에 닿은 국물 맛은…… 어라? 담백합니다. 물론 고춧가루가 혓바닥을 화끈거리게 만들지만 닭으로 우려낸 육수가 의외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고, 푸짐한 달걀이 매운 맛도 어느 정도 진정시켜주니 얼큰하면서 맛있습니다.

평소 매운 것을 즐겨 드시는 분이라면 심각하게 매운 정도는 아니고, 속이 뜨끈하게 달아오를 정도의 화끈함이 느껴집니다. 해장에도 좋을 것 같은 속 풀리는 맛이랄까요? 일본 음식은 모두 달고 짜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런 의외의 맛을 만나다니~

그러나 이 라멘의 '신기함'은 이 매운 맛뿐만이 아닙니다. 면도 자세히 살펴보니 평범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얇은 당면 같은 것을 사용하는 이곳. 칼로리가 적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매운 육수가 가느다란 면에 착착 감겨 국물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공기 밥도 서비스로 준다고 하니 성인 남성도 한 끼 식사로 손색 없을 듯 하네요.

2. 수상한 벳부냉면

우리나라의 냉면이 벳부에도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한인식당인가 싶었지만, 1950년 옛 만주의 조선 냉면이 중국을 통해 벳부로 전해져, 일본풍의 재료를 베이스로 한 깔끔한 육수와 질긴 면이 만나 벳부만의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벳부에는 냉면 식당이 꽤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 냉면을 흉내낸 맛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찾아간 냉면집은 '로쿠세이'로 60년 동안 벳부 냉면의 전통을 이어오며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면을 뽑는 기계였습니다. 요리사이자 사장님인 주인 아저씨가 매일 냉면 기계로 직접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든다고 합니다.

벳부냉면 어떤 맛일까요?

냉면의 비주얼은 차가운 육수에 깨가 뿌려진 것이 우리나라 냉면과 비슷하지만 김치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국물 맛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식초와 겨자를 넣은 육수 맛에 익숙한 우리에겐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담백한 맛이었는데요. 일행은 이 맛을 평양냉면과 비슷한 맛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냉면과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여긴 벳부냉면이니까요!

벳부 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면!

통통한 면에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 냉면 맞네 싶었지만, 면에 무엇을 넣은 것인지 정말 딱딱합니다. 아니 질기다고 해야 할까요? 육수에 얼음이라도 가득하면 면이 차가워져서 딱딱하다 싶겠는데, 부드럽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성질 있는 면이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저 질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묘하게 맛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면을 씹게 되니, 그 깊은 맛을 전부 음미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일행은 한 두 젓가락을 먹더니 한 번은 경험상 먹어볼 만 하지만 다시 찾진 않을 것 같다고 하네요…… 그에 비해 저는 국물까지 싹삭 비운걸 보니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 같습니다. (^^;)

익숙한 비주얼에 안심했다가 예상치 못한 질긴 면에 당황할 수 있지만 그 동안 먹어왔던 냉면을 잊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 생각하면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습니다!

3. 수상한 사라우동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식은 사라(접시)우동입니다. 실은 오이타의 명물인 토리텐(닭튀김)의 발상지 '레스토랑 토요켄'을 찾아갔다가 직원의 추천으로 요리인데요. 이 면요리에도 수상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라면땅처럼 바삭 하게 튀긴 면이 그 주인공!

사라우동은 바삭한 튀긴 면에 걸쭉한 해물소스를 부어 먹는 음식으로, 푸짐한 해산물이 면을 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걸죽한 소스와 바삭한 면의 만남!

우동이라고 해서 하얗고 통통한 면이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불량식품 같은 향수를 간직한 튀긴 면에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사라우동을 한 입 먹어 보니 달짝지근하면서 걸쭉한 소스가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는 가운데, 바삭하게 씹히는 면이 독특한 식감을 줍니다. 바삭한 것이 싫다면 면을 소스에 오래 담가두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기다려도 좋고, 바삭한 면을 그대로 즐기고 싶다면 해물 소스를 따로 먹는 것도 추천! 취향대로 즐겨보세요~

저는 튀김을 좋아하기에 소스에 따로 찍어먹는 것을 선택! 마치 탕수육에 소스를 붓느냐 마느냐와 같은 문제로군요! 해물소스와 튀긴 면의 재미있는 만남. 일행 모두가 좋아했을 만큼 별미였기에 꼭 한번 먹어보길 추천하고 싶네요!

벳부여행에서 만난 수상한 라멘!

이상 생김새도 맛도 수상(?)한 벳부 라멘투어.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신선한 비주얼과 독특한 맛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 덕분에 벳부는 저에게 특히 '맛'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어요. 여러분도 현지의 명물 아닌 명물, 특별한 별미를 찾아 음식기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 출처: Get About 트래블웹진 http://getabout.hana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