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웃고 있는 듯, 울고 있는 이 여자 아이의 이름은 베아트리체다. <터번을 쓴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듯한 이 그림, 그림 속 여자 아이는 10대 쯤 되어 보인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이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것인지, 이 쪽을 보다가 몸을 돌린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아이의 표정은 담담하다.
그림 속 아이는 16세기 로마에 살았던 한 귀족의 딸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굉장한 부자였으나 포악하고 급한 성격 때문에 종종 법정에 서야 했으며, 금전적인 문제 또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베아트리체는 많은 형제, 자매와 함께 컸는데, 언니가 결혼하게 되자 아버지는 많은 액수의 돈을 결혼지참금으로 지출해야 했다. 이에 둘째 딸인 베아트리체가 결혼하면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아버지는 이 아이를 감금한다. 베아트리체는 이에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결국 3년 뒤, 잠자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사고를 가장하여 그의 시신을 버리지만 결국 잡히고 만다. 위 그림은 베아트리체가 사형장에 가기 전날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검은 배경이 인물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터번과 흰 가운 때문인지 아이의 무표정이 도드라져 보인다. 슬프지도 않고,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살짝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보인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듯, 오히려 지금 상황이 그에게 더 편안한 듯 하다.
실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아이를 구명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이 극단적이었으며, 그 아버지의 폭력성이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있을 정도로 유명했기에 사형시키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당시 이 집안의 재물에 욕심이 있었던 교황은 사형을 구형한다.
이 그림은 '스탕달 신드롬'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스탕달 신드롬은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말한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져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뛰어한 미술품을 보고 느끼는 경외감과 압도감, 동시에 무력감, 혼미함 등을 느꼈다.
스탕달은 자신이 겪은 현상을 자신의 책 “나폴리와 피렌체-밀라노에서 레기오까지의 여행”에 묘사했고 '스탕달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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