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변월룡1916-1990/러시아연해주

백삼/이한백 2017. 8. 22. 08:41

 

 

 

 

 

 

 

 

 

 

 

 

 

 

 

 

 

 

 

 

작가는 북한서 추방되고 남한에선 외면받고…'카레이스키' 변월룡 선생님 입니다.

 

국내 화단에서 이름이 낯선 변월룡 화백(1916~1990·사진)은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던 한인의 후손으로 태어나 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한

‘카레이스키’(옛 소련 고려인) 미술인이다.

한민족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러시아 최고 미술교육기관인 ‘일리야 레핀

레닌그라드 회화·조각·건축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35년 동안 이 대학 교수로 일하며 일생을 보냈다.

1953년 소련·북한 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북한에 들어가 평양미술대 학장을 맡았던 그는 주체미술로 변질되기 전 북한 미술교육 체제의 기초를 놓았다.

1954년 아내의 간청으로 잠시 러시아로 돌아간 그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 휘말려 북한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러시아 정통 사실주의 화풍을 계승한 변 화백은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 대립 등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세계대전,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삶과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히 최승희, 홍명희 등 당대 유명인을 생생하게 그린 초상화는 빈약한 한국 서양미술의 토양을 더욱 풍성하게 가꿨다.

 

한복을 입고 붉은 부채를 든 최승희의 모습을 그린 1954년작 ‘무용가 최승희 초상’은

샘처럼 솟아나온 붉은 색깔과 몸짓 율동의 하모니를 살려내 리얼리즘 화풍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국땅에서 아픔을 인내하고 살아온 변 화백의 감성을 녹여낸 그림도 여러 점 걸렸다. 1987년에 제작한

‘금강산 소나무’는 한평생 이방인으로 살면서 외롭고 힘겨웠던 삶을 대변하는 대표작이다. 멀리 금강산에서

홀로 떨어진 큰 소나무를 보랏빛 구름과 함께 그려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나홋카 항의 뒤틀린 소나무를 푸른색 필치로 묘사한 작품은 고국을 향한 열망을

은유적으로 녹여냈다.

 

1916년, 이중섭과 같은 해에 태어나 서로 다른 장르에서 미술계의 신화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머나먼

이국 땅 러시아에서 작품활동을 펼쳤기에 지금껏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천재 화가 변월룡. 그는 이주민의 자손으로 연해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냉전 시대의 소련 땅에서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한글 이름을 고집했고 자신의 그림마다 한글을 새겨 넣었을 정도로 한국인으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재인 소나무를 즐겨 그렸고, 한국전쟁 후 포로교환의 현장에서 역사의 아픔을

기록화로 남겼으며, 수많은 한국인의 인물화를 그렸던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하고

고국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 있다. 북한미술의 초석을 놓는 고문 역할로 1년 3개월 동안 머물렀던 고국을 평생 그리워하며, 해마다 수천 킬로미터의 먼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연해주를 찾을 정도로 고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변월룡. 그러나 그는 가슴 깊이 품은 고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그림으로밖에 담아낼 수

없었던 비운의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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