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는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참가하면서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덴마크·스웨덴에서 근무하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파견됐다. 2015년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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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공사는 강연에서 “대북제재는 미국 주도 제국주의의 압살책”이라며 “영국 등지의 양심세력이 이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무상교육·무상주거·무상의료가 제공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오자 그는 표정이 굳어지며 “서방 언론의 왜곡 탓에 북한의 이미지가 잘못 묘사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숙청·처형 사건도 언급했다. 태 공사는 “조카(김정은)가 삼촌(장성택)을 죽여 개 먹이로 줬다는 것은 모두 꾸며진 이야기”라며 “리더십(지도자)이 바뀌면 당연히 주변 사람들도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공사와 친분을 맺어 온 BBC의 스티브 에번스 기자는 ‘내 친구 탈북자’란 글을 통해 “태영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에서 커리를 먹고 있었다”며 “런던의 한 인도 식당에서 만났을 때 이번 여름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태영호가 말했다”고 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는 평양 소환 직전 망명을 결행한 셈이다. BBC와 현지 언론인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는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가 아내(오혜선)가 불평하자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겼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과 함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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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은 “최근 영국의 대북제재 압박이 강화되면서 평양으로부터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아 오다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 공사 일가는 당초 미국 등 해외 국가로의 망명을 고려했으나 최종결심 단계에서 한국행을 굳혔다고 한다. 정부는 태 공사의 망명을 계기로 비슷한 급의 엘리트 탈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 공사의 망명 사실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것도 북한 엘리트들의 탈출 결심에 자극제를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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