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역사

부산 가덕도에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주둔한 성 발견.

백삼/이한백 2015. 11. 3. 16:28

한겨레 ‘왜성 재발견’ 취재팀 발굴

갈마봉 꼭대기서…학계 보고 안돼
길이 750m…가덕지성 면적 4배 늘어
고려말 또는 조선초에 확장 추정

부산 강서구 가덕도 북쪽 끝 갈마봉에서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 유적이 <한겨레> 취재팀에 의해 발견됐다. 이 성벽은 지난 수십년간 관련 학계가 조사해 작성·보고한 성벽 도면 등 어떤 자료에도 나오지 않는다.

<한겨레> ‘역사의 블랙박스 왜성 재발견’ 시리즈 취재팀은 지난달 18일 가덕도 갈마봉 일대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이 사용한 것으로 기록된 ‘가덕지성’을 현장취재하는 과정에서 관련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성벽 유적을 발견한 데 이어, 지난 1일 2차 현장취재를 통해 이 유적의 전체적인 형태·범위·규모 등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덕지성은 해발 155.7m 갈마봉 꼭대기에서 북쪽 사면을 타원형 모양으로 둘러싼 길이 350여m 규모의 성이다. 학계는 이 성의 축조 방식이 고려 의종 때 쌓은 것으로 알려진 경남 거제도 둔덕기성과 비슷한 점, 고려 충렬왕 5년(1279년) 가덕도에 군사를 파견했다는 <고려사>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려시대에 쌓은 성을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점령한 뒤 수리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취재팀이 새로 발견한 성벽 유적은 갈마봉 꼭대기 쪽에서부터 바깥으로 크게 에둘러 기존 성벽과 연결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성벽의 규모는 길이 750여m, 높이 2~3m, 너비 3m가량이다. 성 면적은 기존 성의 4배가량 된다. 성벽은 산등성이를 따라 직사각형 돌을 줄 맞춰 쌓거나 돌과 흙을 섞어서 쌓은 형태였다. 이는 전통적인 우리 성벽 축성 방식으로, 비스듬하게 쌓은 왜성 축성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현장취재에 동행한 나동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장은 “기존의 성이 좁아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새로 성벽을 쌓아 넓게 확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발견된 성터 일부에서 왜성에서나 볼 수 있는 평지 공간이 나타난 점에 비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점령한 뒤 부분적으로 개조해 주둔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연구 결과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유적인 만큼 관련 학계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마봉은 부산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가덕수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임진왜란 때도 조선 수군과 왜군 모두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현재는 해안을 매립하고 부산신항이 들어서 있으며,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