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 Casablanca
1942년/ 감독 Michael Curtiz / 각본 Epstein 형제 외/ 음악 Max Steiner 외/ 102분, 흑백
주연: Humphrey Bogart, Ingrid Bergman, Paul Henreid
어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American Film Institute-AFI)가
20세기 말에 선정한
위대한 영화 100선 에 의하면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 다음으로
2위에 랭크된 영화가
바로 이 ‘카사블랑카’ 인데,
하지만 때로는 이 영화가 또 다른 위대한 영화들의 순위,
제 1위에 오른 경우도 전에는 종종 본적이 있다.
물론, 순위를 매기는 각 단체들마다
그 선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쨌든 '20세기의 위대한 영화, 다섯 작품(Best 5)'을 꼽는다면,
반드시 이 영화가 그 안에는 꼭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또 이 고전영화가 아직까지 주는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척이나 많은 이유들과 살펴볼 점들이 있겠으나
우선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첫째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연출을 한 그 탄탄한 영화적 구성에 있겠고
둘째는 남녀 주연배우의 참으로 잘된 캐스팅과 그 연기 일 것 이며
셋째는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 (주제) 음악 때문일 것이고
넷째는 “영화 역사의 산 전설”로 만들려는
워너 브라더스(WB) 회사의 반세기가 넘는
꾸준한 노력을 꼽을 수 가 있겠다.
그럼 특별제작이 된 다큐멘터리,
‘Casablanca, You Must Remember This....’ 를
참고로 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1. 제작 배경:
당시 할리우드 황금기를 보내던 워너 브라더스(WB)사 는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일 년 에 약 50편정도의 영화들을 양산하였는데
(그중에서 대여섯 편만 성공을 하면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도 당시에 그런 식으로 그저 평범하게
(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하나였었다고 한다.
1930년대, 뉴욕에서 공연되던 연극,
‘Everybody Comes To Rick's’ 의 판권을
당시로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이만 달러에 매입을 하고
(당시 판권의 평균 가격은 오천 달러정도,
그러나 비싸게 매입했다고 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대작을 만들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곧 엡스타인 형제에게 각색을 맡겼으나,
촬영이 진행 중인데도
대본이 다 완성되지 못하는 묘한 상황을 겪게 된다.
카사블랑카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만들어진 이 영화의 촬영은
끝장면의 안개 낀 공항까지도(비행기 역시도 모형)
할리우드에서 세트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 되었다는데
촬영 막바지에 가서야 끝장면의 결말 방향을 정하게 된
이런 인스탄트 식의 제작은
그러나 오히려 1941년 12월을 줄거리의 배경시기로 한
이 영화로선 미국이 유럽 전선에 참전을 한
1942년에 매우 시의적절하게 개봉을 한 셈이 되었다.
2. 영화의 탄탄한 줄거리 및 구성:
이 영화는 “헤어짐과 재회” 그리고 “희생과 또 다른 헤어짐“ 이라는
줄거리의 큰 흐름으로 인하여
오늘날까지도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로맨스 물로만 단순하게 보긴 힘들다.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로맨스+음모+미스테리(애국심+이상주의등도 포함)"가
적절하게 혼합이 된
그 복합적인 줄거리 구성에 있다고도 할 수가 있는데,
당시 프랑스 령이었던 모로코의 항구 도시, 카사블랑카 라는
이국적인 무대 자체부터가
(제목부터) 벌써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본토는 이미 독일에게 함락(1940년)되었고,
각 열강들의 각축장이자 인종 전시장 같았던 이곳,
카사블랑카에는 미국으로 피난을 가려는
수많은 유럽인들이 몰려들었다는데,
그런 이곳에서 우리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나이는 바로
Rick's Cafe American 이라는 유흥업소를
공항 옆에서 운영하는 미국인, 릭이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이전에 스페인 에서도 활동을 한바 있는)
“미스테리 한 자유주의자”이면서
“냉소주의의 껍질에 쌓인 감상주의자“ 로 등장을 하는 릭(Rick)
(Renault 경찰국장 역의 Claude Rains 이 말 한 대사의 일부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매력이랄 수 있는 ‘남성다움(마초이즘)‘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데
비록 지금은 남의 부인이지만
그래도 한때 사랑했었던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전 재산인 카페까지 처분)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남성다움의 표본이기까지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안개 낀 공항에서 바바리코트를 입고
일사를 떠나보내던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의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영화 팬들의 추억으로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빠리에서의 회상장면을 포함하여
로맨틱한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전쟁 상태라는 그 특별한 시대적 배경과
또 중립지역이라는 그 특수 상황이야말로
스릴까지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이런 복합적인 줄거리의 기반으로서는
참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들이 있었지만,
한편, 끝 장면에서 여주인공, 일사를
누구와 함께 떠나게 할 것 인가를 (촬영 중에도) 계속 고민하던
잭 워너(Jack Warner-WB 사장)는
당시의 할리우드가 선호하던 해피엔딩을 포기하고
결국, 둘의 이별을 결정하게 되는데,
만일에 이 두 남여 주인공이 함께
카사블랑카 공항을 행복하게 떠났다면
이 영화는 결코 오늘날과 같은 ‘전설’이
되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누군가 한말은 그래서 매우 일리가 있다.
* 영화의 엔딩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