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오픈하우스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 2일

백삼/이한백 2014. 8. 13. 14:07

@HOLIDAY IN SEOUL 5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 2일

계동은 북촌에서도 한옥 게스트 하우스가 가장 많은 동네다. 손때 묻은 풍경들의 은은한 향취 덕분이다.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큰대문집

고운당

휴안 게스트 하우스

하루쯤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로 살고 싶은 바람이다. 하지만 일상이 괜스레 일상이던가. 그 반복의 굴레를 벗기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럴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북촌으로 간다.

북촌에도 여러 동네가 있지만 계동이 좋다. 어떤 날에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를 머문다. 서울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손쉽게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장소다. 우리네 전통 가옥이 주는 특유의 안온이 심신을 보듬는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를 만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하루를 지내면 잠시나마 서울을 잊을 수 있다. 휴안 한옥 스테이는 그 길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다.

휴안은 '쉴 휴(休)'와 '편안할 안(安)'이다. 주인장 윤형준씨가 공간에 담은 새로운 색깔이다. 그는 휴안을 운영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사회 복지사로 일했다. 그런데 몇 해 전 덴마크 출장길에 100년 된 옛집에서 묵고 난 다음부터 삶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었다.

이제는 휴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주인장과 가벼운 인사를 끝낸 후에는 동네 산책을 나서는 게 코스다. 이곳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역시 계동이다. 서울에서 드물게 촘촘한 시간의 켜를 간직한 동네기 때문이다.

1700년대 천주교의 성수로 쓰인 우물터에서, 1800년대 말에 들어선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중앙고등학교한용운 선생이 불교 잡지 『유심』(唯心)을 발행했던 만해당 터, 그리고 1930~40년에 지어진 생활 한옥들, 1960년대에 들어서 지금껏 운영 중인 대중목욕탕과 1970년대 교회 건물, 1980년대 기업의 사옥까지 숱한 시간의 기억들이 똬리를 틀었다.

그 사이로 참기름 냄새 고소한 방앗간이나 '함바'라는 글씨를 새긴 한옥 식당, 옛 간판을 내건 빨간 벽돌의 소아과 의원 등 마을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이다. 또 불과 2~3년 동안 새롭게 자리한 공방이나 카페, 레스토랑 등도 계동의 새로운 볼거리다.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커피 한 잔으로 나른한 여유를 만끽한다. 그럼 서울도 제법 괜찮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동의 속내를 좀 더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윤형준씨와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그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 손님과 계동 일대를 무료로 투어한다. 단순한 겉모습에서 출발해 공간의 역사와 동네 주민의 일상까지 엿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탐험(!)이다. 카페 버클리의 세 주인장에 얽힌 사연이나, 식당의 단골이 식당의 주인장이 된 이밥의 이야기 등 마을 주민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루의 마지막은 다시 한옥의 정취다. 잠자리는 광목 원단에 천연 염색으로 포인트를 준 목화솜 이불이다. 방마다 은은한 조명과 고가구들도 운치를 더한다. 한옥의 기품에 걸맞은 푸근한 쉼이다.

다음 날의 아침 식사도 정감 있다. 주인장이 직접 소박한 백반 밥상을 차려낸다. 자취 경력 20년이 넘어서자 얼추 전라도에 사는 어머니의 손맛을 흉내 낼 수준에 이르렀다. 비라도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방문을 열어두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거나, 또는 그저 멍하니 의미 없는 망중한에 빠져들기에 제격이다. 삶의 소소한 기쁨이 주는 가치를 깨닫는 찰나다. 어쩌면 그 무료한 여유가 진짜 한옥이 주는 휴안(休安)은 아닐는지.

위치

_서울시 종로구 북촌로6길 32-1(계동), 7만~18만원

문의

_02-745-6638

여기도 괜찮아요
1 고운당


서촌에 있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박인환씨의 집으로 나왔다. 100년 된 한옥으로 대들보, 서까래 등에 옛 정취가 짙게 풍겨난다. 흙으로 단장한 앞마당에는 수령 200년을 훨씬 넘긴 향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그 나무들이 고택의 기품을 더한다. 한식 조식을 제공한다. 주인장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하는 덕분에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위치

_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8길 20(통의동), 7만~15만원

문의

_02-2277-0808

2 파인스위트

북촌에서 가장 한적한 원서동에 위치한 한옥 게스트 하우스. 'ㄷ'자 형의 한옥으로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방 등의 구성이 흥미롭다. 빈티지 가구도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오래된 약장과 아크릴 소재의 책 걸이 등 집안의 풍경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가운데 길게 놓여있는 소반에서는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옥상에서 창덕궁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위치

_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104(원서동), 7만~25만원

문의

_050-5464-1001

3 호호정

대학로에 위치한 여성 전용 한옥 게스트 하우스. 여행 기자 출신의 주인장이 작업실을 겸해 운영한다. 처음에는 작업실이었으나 유지비용이 감당이 안 되어 홈스테이처럼 영업을 시작한 것이 이제는 작업실 겸 게스트 하우스가 되었다.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공간 곳곳에 서렸다. 싱글 룸과 도미토리로 이뤄져 있으며 집 전체 대여도 가능하다. 아침 식사로 토스트와 커피, 차 등을 제공한다.

위치

_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23(명륜 1가), 3만 8000~23만원

문의

_010-2231-4019

추천인 박상준씨는…

여행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 여행이 일(직업)이라 일 아닌 여행을 떠나서도 멋진 무언가를 보면 습관처럼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다. 그렇게 묶인 책이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100』 『다른 제주에 가다』 등이다. 요즘은 일로 떠난 여행에서 10분씩 멈춰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유쾌한 황당'이라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