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5년 전 교황의 花童.. 이번엔 미사 반주자로

백삼/이한백 2014. 8. 7. 09:20

@서울신문]25년 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수줍게 꽃다발을 전했던 11살 화동(花童)이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의 오르간 반주자로 나선다. 교황 방한 일주일을 앞둔 6일 서울 중구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만난 오주현(36·여)씨는 "교황이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기뻤는데 미사 반주까지 맡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조금 쑥스럽다"며 웃었다.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최고 어른인 교황을 직접 만난다는 것은 신자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일 터.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화동으로 교황을 직접 만난 오씨는 오는 15일에는 5만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 반주를 맡아 교황들과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오씨는 1989년 경기 성남 서울비행장으로 입국한 교황에게 꽃다발을 건넨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란 저고리에 꽃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다가온 소녀에게 교황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오씨는 "교황을 항상 사진으로만 보면서 7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좋아했었다"면서 "막상 교황을 뵀을 때는 잔뜩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전례 오르간 지도자 과정(박사)'을 밟고 있는 오씨는 10살 때부터 줄곧 성당 미사에 오르간을 연주했다. 화동으로 뽑힐 때에도 서울 사당동성당의 어른들이 어린 나이에도 빼먹지 않고 성당을 다니면서 반주를 하던 오씨를 눈여겨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음악대학 대신 일반대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음악가의 꿈을 접지는 않았다. 성당 지원으로 천주교 서울교구의 서울가톨릭음악원(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오르간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이후 석사과정부터 오르간을 전공하면서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오씨는 당일 모든 미사곡과 성악가 조수미가 부를 특송 반주를 연습하고 있다.

오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면 맑고 소탈해 보여 '어린이처럼'이라는 성가가 떠오른다"면서 "교황 방문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에너지가 전해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