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이승만동상

백삼/이한백 2014. 4. 30. 18:29

//

[DJ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 김광웅 교수, 李 前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

인도는 간디·영국은 처칠… 미국 워싱턴 외교街 대사관들 앞엔
대표인물 동상 있는데 한국만 없어… 정부가 관심갖고 부지사용 허락하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가 국내 진보 세력의 눈치 등을 보느라 동상 건립이 무산됐다”며 “정부가 하지 않으니 제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가 국내 진보 세력의 눈치 등을 보느라 동상 건립이 무산됐다”며 “정부가 하지 않으니 제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허영한 기자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과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金光雄·72)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주미(駐美) 한국 대사관 앞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14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한국에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고, 한·미 관계에도 큰 공을 세운 국부(國父)"라며 "미국을 잘 알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미군정(美軍政)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남북은 갈려 있었고 한국은 빈한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활용해 힘들게 현재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미 대사관 앞에 동상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 D.C. 외교가의 대사관들은 저마다 대사관 앞에 각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의 동상을 세워놨다"며 "영국 대사관 앞에는 처칠, 인도 대사관 앞에는 간디 동상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주미 한국 대사관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방안을 수차례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국내 진보 세력의 눈치 등을 보느라 번번이 무산됐다"며 "정부가 하지 않으니 제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상을 세우려면 결국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보 간 평가가 갈리다 보니 외교부에서도 대통령에게 동상 건립을 건의하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는 독재라는 큰 과오가 있지만, 광복 후 황폐한 한국을 일으키는 초석을 마련했다"며 "개인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과오가 삼(三), 공이 칠(七)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국내 진보 세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적 인물의 업적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편 가르기 싸움만 하면 그 사회는 발전이 없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동상 건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미 한국 대사관 앞 부지에 동상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를 내주는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동상 건립에 관심을 갖고 부지 사용을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중앙인사위원장 재임 당시 주미 대사관에서 이 같은 동상 건립 논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어떻게든 설득해 동상을 세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인과 재미교포 등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5억원 정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최인수 전 서울대 미대 교수가 최근 동상 제작을 맡아주기로 했다"며 "지난주에도 워싱턴 D.C.와 뉴욕을 방문해 현지 교민을 만나 동상 건립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