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역사

정조 임금도 5살 땐 귀여운 조카였구나

백삼/이한백 2014. 3. 18. 10:17

정조(1752~1800)가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묶은 어필첩이 경매에 나온다. 고미술 전문 경매사 옥션단(대표 김영복)이 26일 서울 수송동 전시장에서 여는 제17회 메이저 경매에서다.

경매에 나오는 정조국문어필첩은 정조가 만 3~4세경부터 46세인 정조 22년(1798년)까지 큰외숙모 여흥민씨(驪興閔氏·큰외숙부 홍낙인의 처)에게 보낸 편지 16점을 모아 만든 어필첩이다. 예필(睿筆·세자나 세손 시절 쓴 글씨) 2점, 예찰(睿札·세자나 세손 시절 쓴 편지) 7점, 어찰(御札·왕 즉위 후 쓴 편지) 7점으로 구성돼 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1805년 정순왕후 사망으로 벽파가 몰락한 뒤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집안에 있는 정조 어찰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사업을 실시했다"며 "기록에 따르면 당시 2000여통에 이르는 편지를 58첩으로 묶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조의 한글 편지가 많지 않은 데다, 7세 이전 아주 어린 나이에 쓴 한글 편지가 들어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어필첩을 통해 40여년에 걸친 정조의 한글 필체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질(姪)' '원손(元孫)'이라고 서명돼 있어 1759년(7세) 세손(世孫) 책봉 이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는 편지를 보면 글씨가 어린이답게 삐뚤빼뚤하다. 그러나 내용은 조숙하다. '문안 알외옵고 몸과 마음 무사하신 문안 알고져 하오며 이 버선은 나한테는 작으니 수대(외사촌으로 추정) 신기옵소서. 조카.' 5~6세 무렵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에는 자기 버선이 작으니 외사촌에게 주라는 얘기가 들어 있다. 박재연 선문대 중문과 교수는 "어린아이 글씨라 졸필이지만 그 또래치고는 필체와 문장 구사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설을 앞두고 외숙모에게 보낸 세찬 물목(物目)이 들어 있는 편지 7통은 1776년 즉위 이후 보낸 편지로 보인다. 이 중 간지가 포함돼 있는 4통은 각각 1793·1795· 1796·1798년에 쓰인 것이다. 세찬 물목엔 인삼 한 냥, 전문(현금) 일백 냥, 쌀 한 석 등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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