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군인들이 시민의 이동과 출입을 통제하고 장갑차가 거리를 질주한다. 발길 끊긴 경기장 주차장엔 야전 진료소까지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지구촌은 지금 전시 상황을 방불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하루 600~700명에 달하는 이탈리아 곳곳에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경계가 ‘삼엄’하다. 20일(현지 시간) 평상시 여행객들로 붐비던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에선 무장군인들이 장갑차까지 동원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정부의 이동 금지령으로 인해 행인을 보기 어려운 거리에선 수십 대의 군용 트럭이 열을 지어 달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이 실린 군용 트럭의 최종 목적지는 공동묘지다.
요르단 수도 암만의 주요 도로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21일 촬영된 사진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기관총을 든 군인의 차량 순찰이나 도로를 가로막고 선 장갑차의 모습이 눈에 띈다.
남미에서도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무장 군경이 동원됐다. 칠레와 페루 외곽지대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대통령령으로 4월 13일까지 강제 예방 격리 조치가 내려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경찰이 무장을 한 채 거리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병실 확보와 바이러스 검사에 비상이 걸리자 군 인력뿐 아니라 의료 자원도 집중 동원되기 시작했다. 22일 프랑스 동부 뮐루즈와 루마이나 수도 부쿠레슈티 외곽에서 병사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를 격리해 치료하기 위한 군용 텐트를 설치했다. 같은 날 미국 메릴랜드주의 미식축구 경기장 ‘페덱스 필드’ 주차장에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군용 텐트가 설치됐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위한 야전 병원이 등장한 것이다. 뉴욕주에선 학교 등 지역사회 방역에 주방위군이 나섰고,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은 강제로 자택에 머물고 있는 이들에게 전달할 음식을 포장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자신을 ‘전시 대통령’에 비유하기도 했다. 총성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총을 든 군인들이 참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mailto: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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