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 중앙홀 로툰다에 안치됐던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동부시각 오전 10시쯤 운구차에 실렸다. 부시 전 대통령의 관과 그의 가족들은 ‘대통령 찬가(Hail to Chief)’ 연주와 함께 21발의 총성 속에서 장례식이 열리는 국립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의사당에서 국립대성당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장례식 행사를 경호하기 위한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과 경찰, 군장교들이 배치됐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존경과 애도를 담은 추도사로 주변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는 나에게 성실함과 용기로 국가에 봉사하고, 국민들을 위한 사랑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준 사람"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말미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침묵한 뒤 "슬픔 속이지만 이제는 웃읍시다"라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 20분쯤 장례식이 끝나고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은 고향 텍사스 휴스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앤스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세인트 마틴 성공회에 안치된 후 두 번째 장례식을 치른 뒤 텍사스주 컬리지 스테이션에 있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 기념 도서관’ 부지에 안장된다
워싱턴 국립대성당 맨 앞자리 나란히 앉아
악수만 나눈 뒤 대화 없이 굳은 표정 유지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류강훈 기자 =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을 계기로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른바 '대통령 클럽(Presidents club)'의 회원 5명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부인들과 함께 참석했다.
상주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가족석에 따로 앉았고, 나머지 4명의 전 대통령들은 맨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성당 안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나눈 뒤 별다른 대화 없이 장례식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17년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전직 미국 대통령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동지애(camaraderie)를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직 대통령들과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특히 취임 이후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대선 과정에서 두 민주당 대통령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전력이 있기에 그들과의 사이에 남아있는 앙금은 여전하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얘기를 나눴다.
같은 공화당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겨뤘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껄끄러운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카터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연결의 끈은 있다. 그는 북한 특사 역할을 해온 카터 전 대통령에 관해 백악관 참모로부터 브리핑을 받아왔지만 카터 전 대통령과 직접 소통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래저래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현직 퍼스트레이디들 간에도 소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 미셸 오바마측에서 멜라니아 트럼프측에 백악관 생활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간에 노골적으로 드러난 껄그러운 관계는 미국 역사에서 이례적이다.
서로 싫어하는 그들의 관계가 단번에 풀어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장례식장에서도 그들의 어색함과 불편함은 그대로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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