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만난 남북 정상]DJ-노무현 방북때와 다른 '파격의전'
[동아일보]
포옹하는 두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 문 대통령에게 “각하” 호칭에 첫 예포 발사
의장대 사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의장대는 외국 국가원수 예우를 뜻하는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 중 북한군이 한국 대통령에게 예포를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파격 의전은 우리 군 의장대 격인 북한군 명예위병대 사열 및 분열에서 절정에 달했다. 명예위병대장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정렬하였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적국 군통수권자에게 ‘각하’라는 최고 존칭을 쓴 것.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엔 ‘노무현 대통령’이라고만 칭했다. 통상 명예위병대장이 북한 최고지도자 이름 및 직함을 먼저 외친 뒤 외국 국가원수 이름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식으로 사열 및 분열 보고를 해온 것과 달리 이날은 김정은 이름 및 직함은 아예 외치지 않았다. 남측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만 집중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환영행사 땐 볼 수 없었던 예포 21발도 이날 처음 발사됐다. 앞선 4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선 명예위병대 및 한국군 의장대 사열은 진행됐지만 외국 국가원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예포 21발 발사는 남북 모두가 생략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도 남한을 정상국가로, 남한 정상은 정상국가 정상으로 예우할 테니 남한이 나서 미국을 설득하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내 북한도 정상국가가 되게 해달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라고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식 의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환대해 주셨다”고 했다.
올해 대화 무드로 돌아선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환대하면서 ‘정상 국가’ 의지를 안방에서 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말 집권 이후 사실상 ‘중량감 있는 외국 정상’의 첫 평양 방문인데, 적극적인 환대를 표시하면서 세계에 “평양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환대는 북-미 평양 회담으로 가기 위한 북측의 전략적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내 편 만들기’ 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은 “북한은 이번에 한국을 확실한 자기 편으로 만들어 놓으면 향후 미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협상 레버리지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북한이 문 대통령이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평양 시내 거리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환영 인파를 동원해 카퍼레이드를 한 것을 두고는 파격 의전을 가장한 북한 체제 선전 전략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정상이 각자 차량에서 내려 북측이 준비한 벤츠 리무진 오픈카로 갈아탄 곳은 평양 도심 초입에 위치한 3대 혁명전시관 앞이었다. 카퍼레이드 출발점이 된 이곳은 북한이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노선 성과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이어 영생탑을 지나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 여명거리도 거쳤다. 김정은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여명거리는 지난해 4월 완공된 뒤 북한의 화려한 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두 정상이 탄 차량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도 지나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카퍼레이드 구간을 비롯해 총 4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첫날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공동취재단 /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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