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테무진,야율초재 & 공(空)'
진시황은 13살에 왕이 되어 철기 석궁(石弓)으로 무장한 최강의 군대로 중국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시황(始皇)이 되었습니다. 진시황은 수 많은 역모를 겪고 몇 차례의 암살기도를 모면하면서 점점 더 두려움이 깊어져서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적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합니다.
그 두려움에서 분출된 분노로 인간의 의식을 깨우는 책들을 불태우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산채로 생매장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저질렀고, 중앙 아시아의 유목민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리장성을 축조하기도 했습니다.
저 모든 것의 뿌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허욕(虛慾)에서 빗어진 일이었던 듯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진시황은 수 많은 왕국의 집합체였던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하여 중국(中國)이라는 거대국가를 태동시켜 왕국간의 끊임없는 전쟁을 종식시킨 불세출의 영웅이었습니다.
절대 권력을 누리던 진시황은 그가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믿고 음용하던 수은에 중독되어 49세로 사망했고, 수많은 왕비들과 병사들 그리고 그의 무덤을 축조한 장인들을 모두 죽여 자신의 무덤 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진시황은 저렇게 죽을 때까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테무진 칭기스칸은 몽골의 수 많은 부족 국가를 통일한 칸중의 칸입니다.
그가 몽골제국을 건설하면서 부족간의 끊임없는 전쟁이 종식되었습니다.
몽골제국의 칭기스칸 또한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적에 대한 공포로 역사상 가장 무자비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몽골군은 5만 명에 달하는 최강의 기병으로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적국은 어린아이와 어른 가축과 그 나라의 풀과 나무까지 깡그리 살육하는 도성(屠城)의 전략을 썼습니다.
대항하면 모든 것이 죽는다는 두려움을 주어 적의 전의(戰意)를 상실하게 만드는 전략이었습니다.
유럽의 호라즘 제국과의 전쟁에서 16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였던 헤라트를 함락한 후 5만의 몽골군은 헤라트에 살고있던 120만명을 무참하게 학살했습니다.
시체의 산이 쌓이고 피의 강이 흘렀던 처참한 살육이었고 몽골군은 그 곳에서만 몽골군 1명당 평균 24명 이상을 도륙(屠戮)했습니다.
몽골군은 그 시대에 4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몽골군 한 명당 평균 팔백명을 살육한 것입니다...
그 잔혹함의 뿌리는 자신들에게 대항해오는 적이 생기는 것을 가장 무서워했던 몽골군의 두려움에서 나왔습니다.
몽골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무참한 살육을 저질렀던 지옥의 야차와 같은 군대였습니다.
잔혹한 칭기스칸의 한 가지 장점은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보고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정복한 나라에서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차별없이 중용했습니다.
칭기스칸의 이러한 태도 또한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의 뿌리에서 기인한 일이었던 듯합니다...
정복국의 젊은 지식인이었던 야율초재를 신임했던 칭기스칸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다른 나라와의 전쟁 등 중요한 일은 모두 야율초재와 의논했고, 결국 "야율초재(耶律楚材)"는 몽골이 대제상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칭기스칸이 초원의 유목민이었던 몽골족을 이끌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 할 수 있었던 것은 야율초재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은 칭기스칸에게 분별력을 심어주었습니다.
세계를 정복해가던 몽골이 중원의 문명국 금나라의 수도였던 개봉성을 함락시켰을 때 몽골군은 이번에도 자신들에게 대항했던 개봉의 150만 백성과 가축과 풀과 나무까지 모두 도륙할 작정이었습니다.
그 무참한 살육을 시작하려는 찰라에 야율초재가 목숨을 걸고 간했습니다.
“몇년 씩 전쟁을 벌이는 노고는 땅과 백성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아무리 넓은 땅을 얻어도 백성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재물 보다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가져야 합니다.”
몽골군의 야만적 살육을 멈추려는 야율초재의 목숨을 건 간언으로 결국 개봉의 150만 백성이 죽음을 면하게됩니다.
그 야율초재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여일이불약제일해
(與一利不若除一害),
생일사불양멸일사
(生一事不若滅一事)
'하나의 이익을 취함은 하나의 해로움을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더함은 하나의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
애플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잡스가 회사로 복귀해서 맨 먼저 실행한 것이 줄이는 일이였습니다.
복잡 다양한 제품사양을 단 4가지 사양으로 압축했고, 그 조치가 몰락하던 애플을 살려 냈습니다.
제품의 불필요한 기능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단순화 시키는 작업으로 망해가던 애플이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되었고 혁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보약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것입니다.
인간 관계에서도 상대가 좋아할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채우기보다 불필요한 욕심을 제거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삶이 허전한 것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던 야율초재의 말이 이 시대에 ‘버리고 비움’의 아이콘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비우고 없앨까? 깊은 깨달음은 간결하고, 큰 가르침은 시대를 관통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평생을 낭비하곤 합니다.
단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듯 남에게 보이려는 허영심을 버리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의 추억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단지 그냥 가지고 싶을 뿐인 불필요한 대부분은 모두 놓아버리는 허용이 ‘버리고 비움’의 키워드인 듯합니다.
"완벽하다는 것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은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