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추신수아시아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남게됐다.

백삼/이한백 2015. 7. 22. 17:16
[스포츠서울] 추신수(33·텍사스)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아시아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남게됐다.

추신수는 22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와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를 때려냈다.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 해 첫 세 타석에서 2루타-홈런-단타를 차례로 때려낸 뒤 유격수 땅볼로 숨을 고른 추신수는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중월 펜스 하단을 직격하는 큼지막 한 타구로 3루까지 질주했다. 맞는 순간 홈런이 아닌가 의심할 만 한 타구였지만, 다행스럽게(?)도 펜스 바로 앞에서 떨어졌고, 대기록을 선물했다. 후반기 들어 타석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시즌 두 번째 텍사스 통산 8번째 진기록
사이클링 히트는 타자가 한 경기에서 할 수 있는 ‘극한’이다.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한 경기에서 모두 해내야 하기 때문에 평생 단 한 번도 작성해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대다수다. 선택받은 자만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다. 이날 추신수는 지난달 17일 보스턴 브록 홀트가 애틀랜타를 상대로 시즌 첫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이후 한 달 닷새만에 작성한 시즌 두 번째 기록이다. 스즈키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 등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슈퍼스타들도 밟아보지 못한 전대 미문의 기록. 이미 아시안 메이저리거 최초로 2연속시즌 3할 20홈런 20도루 업적을 달성한 추신수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새겨진 셈이다. 텍사스 프랜차이즈 중에는 2013년 알렉스 리오스(캔자스시티) 이후 2년 만에 나온 8번째 기록이다. 아직까지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애드리안 벨트레가 2012년에 달성한 게 마지막일정도로 쉽게 나오지 않는 진기록이다.

[스포츠서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트레이드와 플래툰, 먹튀 논란 등을 한 번에 제압하는 히트 포 더 사이클로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아시아인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이면에는 완벽히 회복한 ‘추신수표 번개 스윙’이 자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완벽한 스윙 되찾은 추추 시프트도 깼다
고무적인 것은 완벽한 스윙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콜로라도 내야진은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추신수 시프트’를 전개한다. 1루수가 선상에 붙고, 2루수가 1-2루간 중간에, 유격수가 2루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다. 3루수는 3-유간으로 이동해 3루 선상을 완전히 비워두는 시프트를 전개하는 것이다. 콜로라도 2루수 DJ 르메이유와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서 있는 간격은 10m 남짓. 잡아당긴 타구가 빠져나갈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2회 첫 타석에서 카일 켄드릭의 초구를 잡아당겨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완벽히 꿰뚫었다. 타구 스피드가 너무 빨라 우중간 펜스 근처까지 굴러가는 완벽한 2루타였다. 4회 홈런 뒤 5회 좌완 요한 프렌데의 초구를 잡아당겨 2회와 같은 곳으로 타구를 보냈다. 2루수 르메이유가 다이빙을 시도했지만, 그 아래롤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안타였다. 완벽한 스윙을 회복했다는 의미로, 추신수 특유의 빠른 배트 스피드가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스포츠서울] 카운트 싸움을 하다 이도저도 아닌 스윙을 하던 추신수는 후반기들어 빠른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것으로 생존전략을 수정,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빠른 카운트 공략 생존전략 통했다
추신수는 이날 들어선 다섯 차례 타석에서 단 11개의 공을 봤다. 2회와 5회 각각 초구를 공략해 2루타와 안타를 때려냈고, 나머지 세 타석에서도 4개 이상 골라내지 않았다. 홈런은 4구째, 3루타는 3구째였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6회에도 2구를 받아쳤다. 볼카운트 싸움을 전개하다 이도저도 아닌 스윙을 하던 추신수는 빠른 카운트에서 공략하는 것으로 생존전략을 수정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인트루이스의 맷 카펜터나 LA 에인저리스 콜 칼훈 등 슬럼프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좌타자들은 초구부터 적극성을 띄며 반등에 성공했다.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사실상 붕괴돼 혼란을 겪던 추신수가 생존전략을 재설정하며 반등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추신수는 “올스타 브레이크 뒤 4일간 휴식이 큰 도움이 됐다.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한 덕분에 전반기보다 훨씬 좋은 느낌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