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이씨 족보

복숭아 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 이유

백삼/이한백 2015. 6. 17. 11:04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집 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고 했다.

마땅히 과실수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고 권장했음직한

실학자가 왜 집 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고 했을까.

조선이 유교사회였다는 데 주목한다면 그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몰아낸다는

축귀 영력(逐鬼靈力)의 믿음 때문이었다.

‘공자가어’에도 언급이 있지만,

‘회남자(淮南子)’는 그와 관련한 설화를 담고 있다.

중국 하나라 시대에 유궁(有窮) 지역을

다스리던 ‘예’라는 제후가 있었다.

그는 나중에 하나라의 천자 자리를 빼앗아 즉위했는데,

정치·도의적으로 온갖 비행을 일삼아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자 ‘한착’이라는 청년이 나섰다.

커다란 몽둥이로 단번에 그를 황천길로 보내 버렸는데,

그 몽둥이가 복숭아나무였다.

이후로 귀신들은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상(신)을 극진히 모시는 유교 집안에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은 되레 조상을 내쫓는 일.

이 논리가 제사에까지 확장 해석돼 복숭아는

고급 과일이지만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다산(多産)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절에

복숭아는 ‘신맛이 있어 임신부에게 아주 좋은 약재이며,

자식을 점지하고 안산(安産)하게 하는 성스러운 과일’이었다.

비록 제사상에는 오르지 못하는 복숭아지만,

당분과 비타민A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미용 과일로 손꼽힌다.

고전을 통해 ‘무릉도원’이니

‘백 살을 살 수 있는 선약(仙藥)’이니 하는 말과 함께

수천 년을 함께해 온 복숭아는 여름철,

특히 요즘 같은 삼복이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