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덩의 반열’ 오르고 싶은 시진핑

백삼/이한백 2014. 8.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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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덩샤오핑 탄생 22일 110주년


 인민일보·CCTV 연일 조명
개혁개방 설계자로 치켜세워
“시, 덩의 업적 중흥시킨
새 지도자로 평가되길 바라”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인 22일을 앞둔 중국에선 그에 대한 회고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 대대적인 추모 열풍의 행간에는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개혁의 지도자, 공산당 집권의 수호자라는 역사적 평가를 원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일 ‘개혁 없이는 죽는 길밖에 없다’는 제목의 평론에서 “30여년 전 덩샤오핑은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래 중국과 세계를 격동시킨 대변혁을 가져왔다”며 덩샤오핑의 업적을 추어올렸다. 이 신문은 전날에도 덩샤오핑을 “중국 사회주의 개혁개방과 현대화의 총설계자”라 일컬으며 “문화대혁명(1966년~1976년) 이후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경제 건설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세우고 개혁개방을 추진했다”고 평가하는 장문의 평론을 실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8일부터 48부작 드라마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을 방영중인 것을 비롯해 베이징과 쓰촨성, 광저우시, 선전시 등 중국 각지에서 덩샤오핑 회고 좌담회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추모 열기는 문화대혁명 뒤의 혼란 속에서 개혁개방의 길을 열어젖힌 덩샤오핑에 이어,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동안 쌓인 문제들을 해결한 ‘개혁 중흥의 지휘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야망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시 주석과 가까운 태자당(중국 혁명원로 자녀 출신 권력집단) 인사들의 말을 빌어 “시 주석은 자신이 덩샤오핑처럼 중국을 새로운 개혁과 성장의 시대로 이끈 지도자로 역사에 평가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의지를 현재 상황과 연결지으며 시진핑 개혁 힘실어주기에 나서고 있다. <인민일보>는 “개혁개방 36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더욱 힘든 도전에 직면했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나아가자‘는 덩샤오핑의 말대로 일관되게 개혁의 대업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당 총서기 취임 뒤 첫 지방 시찰지로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등을 방문했다. 1992년 덩샤오핑이 ‘흔들림 없는 개혁개방’을 강조한 ‘남순강화’를 모방해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 행보였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는 덩샤오핑의 임명을 받고 광둥성 당서기로 부임해 선전 특구 건설을 지휘했다.

 

시 주석은 18일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회의를 주재하면서 강력한 국유기업 개혁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올해는 개혁을 심화시키는 원년”이라며 “국유기업의 봉급 수준이 비합리적일 정도로 높다. 앞으로 소득분배 질서에 맞춰 이를 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 시절 구호에 그쳤던 국유기업 개혁에 본격적으로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의 ‘덩샤오핑 따르기’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덩샤오핑은 말년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톈안먼) 시위가 일어나자 공산당 집권을 위협하는 책동으로 규정하고 무력진압을 강행했다. 시 주석 역시 집권 이후 서구 보편사상을 중국 사회를 위협하는 사조로 규정하고, 비판적 지식인과 인터넷을 단속하며 비판적 여론에 재갈을 물렸다. 덩샤오핑이 천안문 사태 무력진압 당시 국제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았듯 시 주석 역시 ‘인권, 언론 자유가 외려 후퇴했다’는 비판에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2004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 “덩샤오핑 동지는 경제 발전에 있어 정치·사회적 안정은 필수라며 ‘안정이 최우선이다’라고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취임 뒤 1년 반 동안 시 주석은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조사로 대표되는 강력한 부패 척결 캠페인과 경제 구조조정 등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케리 브라운 시드니대 교수는 <비비시>(BBC)에 “덩샤오핑 노선의 계승자로만 머무른다면 (시 주석이 바라는) 위대한 지도자로 기록되긴 어렵다”며 “시진핑 주석이 직면한 도전은 경제 분야보다는 정치, 사회 분야의 도전이다. 그가 중국을 좀 더 평등하고 법치가 통하는 나라로 개혁해야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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