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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스라엘은 우리가 지킨다

백삼/이한백 2014. 7. 30. 16:52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21일째인 7월 28일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천 명을 넘었습니다. 민간인 희생자가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유엔 발표가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46명이 숨졌습니다. 대부분이 병사들이고 민간인은 3명 뿐입니다. 이런 현격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철지붕'이란 이름처럼 주거지역에 떨어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로켓포의 90%를 적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정치수도 예루살렘과 경제수도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아이언 돔 7대 대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효과는 만점인데 비용이 문제입니다. 포대 하나를 설치하는 비용만 우리 돈 550억 원이 넘습니다. 한 번 발사하는데 드는 돈도 2천만 원~1억 원이 나갑니다. 교전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매일 아이언 돔이 발사되고 있으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비용 부담이 클 텐데 그 돈은 다 어디서 오는 걸까요?

▲ 아이언 돔 발사 장면

많은 분들 이 예상하는 대로 미국입니다 .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개발작업은 201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원한 돈은 7억 2천만 달러, 우리 돈 7천 4백억 원에 달합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한 금액이니 그 동안 환율 변화를 고려한다면 1조 원에 육박하는 액수입니다. 뿐이 아닙니다. 가자지구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미 상원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위해 3천6백억 원의 추가 지원을 인준했습니다. 지난해보다 50%나 오른 금액이고 미 국방부에서 올린 당초 예산보다 2배가 증가한 액수입니다. 달라는 돈보다 주는 돈이 더 많은 일, 참 드물죠?

이런 배경은 미 상원의 구성을 잘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미 상원의원은 100명, 그 가운데 11명이 유대계입니다. 그 가운데 칼 레빈이란 유대계 의원이 바로 상원 국방위원장입니다.

유대계 인사가 나왔으니 미국 내 유대계 자본과 인사가 얼마나 포진하고 있는지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죠. 추정재산만 5경 원(5 다음에 동그라미가 16개가 붙습니다. -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360조가 조금 안 됩니다)인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럽이니 빼놓고 봐도 우선 석유왕 록펠러 가문을 시작으로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앨런까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3회 연속 유대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 빼놓을 수 없겠죠. 오라클 창업자 레리 엘리슨,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유대계입니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정치와 경제계에만 유대계가 포진한 건 압니다. 언론사도 볼까요?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 NBC, ABC, CBS, AP통신도 다 유대계 자본으로 운영됩니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은 이스라엘 인구와 비슷한 560만 명으로 전체 미국인의 2%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국인 총소득의 15%를 벌어들이고 있고 미국 내 억만장자 5명 가운데 2명이 유대계라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미국 내 유대계의 이스라엘 지원이 단순한 정치,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23일 하마스의 로켓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주변에 떨어지자 미국과 유럽이 승객의 안전을 이유로 항공사의 이스라엘 취항을 전면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러자 등장한 인물이 유대계 3세로 뉴욕시장까지 지낸 억만장자 블룸버그입니다. 이스라엘 노선 잠정폐쇄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부당한 승리'를 안겨줬다면서 몸소 이스라엘 국적기를 타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까지 날아갔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당당하게 내리는 블룸버그, 그리고 그런 그를 친구처럼 맞아주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에는 텔아비브 공항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이스라엘의 의도가 여과 없이 반영됐습니다. 그런 뒤 이틀 지나 미국은 자국 항공사의 이스라엘 운항 금지를 해제했습니다.

그를 맞이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유대계 미국인들에겐 이스라엘이 단지 아버지의 나라, 어머니의 나라가 아닌 내 나라, 내 조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도 던지겠다는 생각이 유대계 미국인 사이엔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군 가운데는 '단독 병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부모가 없고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한 뒤 이스라엘 군에 입대한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병사는 17만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2천 5백여 명이 '단독 병사'입니다. 그 가운데 미국인이 740명으로 가장 많은 2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교전에서도 미국출신 이스라엘 병사 2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미국인의 이런 시각에는 미 언론의 보도가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CNN은 가자지구 사태를 보도할 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Israel - Hamas Conflict)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게 아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결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대표적 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이 '가자 공격' (Gaza Under Fire)이란 부제를 달고 가자지구 주민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과 비교가 됩니다.

CNN이 가자지구 사태에 관한 여론조사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인의 57%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행위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대 입장은 10%에 불과했습니다.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하루가 멀다 하고 무고한 희생을 멈추기 위해선 즉각적인 휴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정당하다'라는 전제를 빼먹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행위가 국제 인권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할 것을 결의하는 데도 47개 회의 참가국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것 역시 미국입니다. 미국은 1990년 이후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정엔 변함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은 '초록은 동색'의 관계처럼 엮여 있습니다.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을 자부하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뭐라든 안하무인 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지원이 정도를 넘어서 이제는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할 영향력조차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키를 잡은 국제사회의 중재노력은 이스라엘에겐 그다지 압박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난 2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제시한 중재안을 이스라엘이 먼저 거부한 것도 그런 이유로 풀이됩니다.

휴전의 시기? 그것조차 미국은 이스라엘을 종용할 힘이 없어 보입니다. 국내 분열 조짐을 잠재우고 팔레스타인간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군사적 목적까지 채운 뒤에야 마지못해 휴전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때는 영원한 우방 미국의 강력한 요청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중재를 수용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겠죠. 그래야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앞으로도 미국을 이용해야 할 테니...

미국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지켜주는 보호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줄 것 다 주면서도 그저 이스라엘의 눈치를 보는 '짝사랑' 같은 처지로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가자사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바라보는 제 시각입니다.
정규진 기자soccer@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