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1969년 효창운동장 시국연설

백삼/이한백 2013. 10. 11. 10:32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 모음




1. 1969년 효창운동장 시국연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9년 7월 1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3선개헌 반대 시국 대연설회 열고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음모에 대해 엄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7분짜리인 이 원고를 10시간 이상 고민을 거쳐 작성하였다고 최근 회고한 바 있다.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당시 현장의 박수소리나 환호성 등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고 있으나, 당시 긴박했던 시대상황이나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읽어내는데는 충분한 상태이다. 그동안 원고로만 존재했던 이 연설은 최근 36년만에 육성 테잎으로 발견되었다.
[자료 출처: 김대중 도서관] 



 
연설 전문

지난 6월28일자 조간신문을 보니까 경기도 안성에서 황소 한마리가 미쳐 가지고 주인 내외를 마구 뿔로 받아 중상을 입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 황소를 때려잡으려고 몽둥이를 들고 나섰지만 잡지 못해서 마침내 지서 순경이 와 가지고 '칼빈' 총을 다섯방이나 쏘아서 기어이 때려 잡았습니다. 나는 이 신문을 보고 '과연 천도가 무심치 않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웃음)

왜? 대한민국에서 황소를 상징으로한 공화당이 지금 미쳐 가지고 국민 주권을 때려잡을 3선개헌 음모를 하니까 상징 짐스인 황소까지 같이 미쳐서 주인한테 달려든 것이다, 이것이예요. ('폭소!' 환성 박수)

내 오늘 여기 와 가지고 '반공을 하고 국방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 하는 것을 내가 여기서 배웠습니다. 그것은 야당이 강연을 해야돼! 왜? 서울시에서는 40만에 달하는 예비군을 오는 22일 부터 소집하기로 했다가 신민당이 연설을 한다니까 어제 저녁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말이야! 여러분, 서울시가 아무리 그렇게 예비군을 소집하고 경찰관이 나와서 삐라를 뿌리고 해도 하나님은 우리 편이여. 보시오 .(환성.박수)

지금까지 오던 비도 딱 그쳤어! (박수. 환성)

3선개헌을 반대하는 데모가 지난 방학 전에 전국에서 퍼졌습니다. 데모를 제일 치열하게 한데가 어니냐? 서울이 아닙니다. 경상도, 정권의 본고장인 경상도서 제일 데모를 치열하게 했어! 그것도 박정희씨가 나온 경상북도라 그말이여! 대구서는 대하교뿐이 아니라 모든 고등학교가 총 동원됐어!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박정희씨가 대통령을 그만 두고나면 그 대학의 총장을 할 것이라는 영남대학교 학생들의 데모구호가 재미있다 이말이여! 무엇이라 했느냐? '미친 황소 갈 길은 도살장 뿐이다.' 그랬다 그 말이여! (박수 .환성)

내 오늘 여기서 450만 서울시민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과 한마디 얘기 좀 해야겠어! 박정희씨여! 당신은 지금 입으로는 젊잖은 소리 무어라고 무어라고 하지만 당신 내심으로는 헌법 고쳐가지고 71년 이후에도 영원히 해먹겠다는 시커먼 배짱가지고 있는 것 사실 아니오? 3선개헌은 무엇이냐? 이나라 민주국가를 완전히 1인 독재국가로 이 나라의 국체를 변혁하는 것이여!

3선독재가 통과 되는날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는 조문은 장사지내는 날이다 이 말이여! ('옳소!' 박수)

'히틀러'도 도조히데키도, 박정희 정권의 3선개헌 음모에 의한 1인 독재도 민주주의의 적인데는 다름이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이말이여! ('옳소' 박수)

아.......이나라가 누구 나란데! 이나라가 박정희씨 나라요? ('옳소!')

이 나라는 대통령은 바뀌어도 헌법은 영원한 것이여! 헌법이 박정희씨 보다 위여! 박정희씨를 위하여 헌법을 바굴 수는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이 말이여!('옳소' 환성 .박수)

아까 유당수(兪黨首)께서도 말씀 했지만 놀라운 이야기여! 머......이번에 헌법을 고치면 지금 같은 준전시하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안하겠다? 이번에 개헌만 되면 71년에는 선거를 안하겠다는 게여! 다시 말하면 털도 안 뽑고 먹겠다는 게여! (폭소)

공화당에 윤치영(尹致暎)씨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 '박정희 대통령은 단군이래의 위인이다." 이랬다 말이여! 단군이래의 위인이니까 신라의 김유신, 고려의 태조 왕건, 이조의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보다 더 위대하다 그 말이여! 그런데 이사람 대통령 갈릴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한다 말이여. 과거 이박사가 4사5입 개헌 때도 '이 박사는 개국 이래의 위인이다.' 이랬어! 우리가 과거에 결혼식에 가면 축사를 많이 했는데 축사를 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소리를 해. 신랑은 대학을 나온 모범 청년이고 신부는 가정에서 부덕을 닦은 요조 숙여라고. (폭소)

아마 이 양반 결혼식의 축사로 착각을 한 모양이여. (폭소.박수. 환성)

이번에 아폴로 11호가 달세계로 가는데 제발 안되었지만 이런 양반들을 실어다가 거기다 두었으면 대한민국이 편할텐데.(폭소,박수)

내 박정희씨가 단군이래의 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만일 박정희씨가 3선 개헌을 그대로 추진했다가는 박정희씨가 단군이래의 위인이 아니라 단군 이래의 폭군이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말을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소.( '옳소' 환성. 박수)

왜! 남은 정치생활 가지고 평생에 국회의원 한번 못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밤중에 한강 건너와 가지고 남의 정권 빼았아 가지고 10년 해 먹었으면 됐지, 뭘.......... 다시 자기가 만든 헙법을 고쳐 가지고 또 해 먹겠다는 것이여!(폭소. 박수)

지난번 국회에서 김영삼의원이 '박정희 씨가 독재자다' 이랬다 말이여! 공화당 사람들이 노발대발 했어!

그야 아무리 못 생긴 사람도 대놓고 '너 이 자식 못생긴 놈' 이라고 하면 화 안내는 사람 없겠지요. 박정희씨가 독재자냐 아니냐? 단적인 증거가 있어! 명색이 민주주의국가에서, 명색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머슴인 대통령에 대해서 독재자라 했다 해서 그 말이 신문에 한 자도 못나간 그 사실이 '이 나라가 독재가 지배한 나라'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이말이여, 여러분. ('옳소.' 환성. 박수)

오늘날 이 나라 현실이 어떻습니까? 언론의 자유는 완전히 말살되었어. 신문은 신문기자나 편집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보부가 넣어라, 빼어라, 높이 올려라, 아래로 내려라. 다 결정한다 그 말이여. 지금 오늘날 신문같이 불쌍한 사람들이 없어.

국회는 어떻소?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자기 마음대로 선거할 권리가 있습니까? 지난 6.8선거가 온통 부정선거여! 나도 목포에서 박정희씨한테 좀 단단히 당해 보았어. (폭소)

이 양반이 직접 와서 목포에서 연설을 하고 전국무위원들을 데리고 와서 회의까지 하고 한때 대한민국 정부가 서울서 목포에 이사를 왔어.(폭소.박수)

선거가 끝나고 올라와 보니까 왠지 국회는 온통 가짜 투성이여. 진짜는 3분의 1도 안되고 3분의2는 국민이 뽑은게 아니라 중앙정보부나 경찰이나 면장.반장들이 뽑은 사람이다, 그 말이여. 이래 가지고 이 사람들이 국회에서 우리가 아무리 옿은 소리를 해도 듣지 안해! 그저 황소 같이 고개만 숙이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 이말이여! (폭소)

하도 분통이 터져서 '이 자식들아' 하고 한번 달려 들어 보지만 웬걸 공화당 사람들은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이 많아서 유도가 3단, 당수가 5단이었다, 그 말이여! (폭소)

해 볼 수가 없어.(폭소)

이 다음에 국민들이 국회의원 뽑을때 제발 당수 잘 하고 유도 잘 하는 사람 빼 주었으면 좋겠어.(폭소)

여러분, 나는 저기 계신 김구 선생과 3열사의 무덤 앞에서 여러분 앞에 맹세 합니다. 나는 피로써 여러분 앞에 맹세해! 나는 이 조국의 멸망과 국민을 불행의 진구렁 속으로 끌고간 박정희씨의 3선 개헌에 대해서는 이 사람의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육체적 생명가지 바쳐서라도 의정단상에서 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 합니다. ('옳소!' 환성.박수)

우리는, 우리 신민당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집 주소를 서대문 현저동 101번지로 옮긴지 오래여.(폭소)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있다 이말이여! 천명대로 우리의 목숨을 마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두려워할 사람들이 아니여! 국민 여러분이 자유와 조국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단코 박정희씨의 3선 개헌을 저지하고야 말것이라는 것을 여러분앞에 분명히 말씀한다, 그 말이여!

마지막으로 이사람은 온갖 정성과 온갖 결심으로써 박정희씨에게 마지막 충고하고 호소 합니다.

박정희씨여! 당신에게 이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일편의 양심이 있으면, 당신에게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할 지각이 있으면, 당신에게 4.19와 6.25때 죽은 우리 영령들 죽음의 값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3선개헌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옳소!' 환성.박수)

국민 여러분이여! 국체의 변혁을 꿈꾸는 3선개헌을 봉쇄합시다. 국민 여러분이여! 민주주의를 이땅에 꽃피워 가지고 우리나라의 후계자들에게 영광된 조국을 넘겨 줍시다. 여러분, 다 같이 궐기해서 3선개헌 반대투쟁에 한사람 한사람이 결사의 용사가 될 것을 호소하면서 저의 말씀을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1969년 7월 19일 효창구장